군함 오가는 작전지에 해상풍력단지…"中에 군사기밀 열어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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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때 신재생 조급증 '해군 패싱'
87개 단지중 14곳만 국방부 통과
산업부, 허가건수 늘리기 급급
국방부 평가 없이 허가 내줘
87개 단지중 14곳만 국방부 통과
산업부, 허가건수 늘리기 급급
국방부 평가 없이 허가 내줘
◇ 군사 지역에 들어선 민간 시설
1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단지의 삽을 뜨려면 민간 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발전 허가’를 받은 뒤 국방부의 군 작전성 영향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군은 해군 작전구역·항로·해상훈련 방해 여부, 전파 산란에 따른 군 레이더 감시체계 간섭 가능성, 군사시설 반경 내 설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견을 준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에 87개 해상풍력단지가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사업 승인을 받았고 이 중 14개가 국방부의 작전성 검토를 통과했다. 대부분 ‘조건부 승인’인 것으로 알려졌다.승인을 받은 14개 단지 중에서도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의 작전성 평가를 받은 곳은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작전 구역 한가운데 풍력발전 단지를 짓는데도, 입지 확정 과정에서 해군의 작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무렵, 산업부가 핵심 정책이던 해상풍력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원활한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할 때도 국방부의 군 작전성 평가 증빙 서류는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라 ‘해당하는 경우 제출(미제출 시 불이익)’로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고 했다.
◇ 군 작전에 악영향 우려 커져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방부와 해군은 외부 용역을 통해 “군 작전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간 보고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협의가 불가하다”고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몇몇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중국계 자본·기업·인력이 들어간 것도 군이 강경 방침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A해상풍력단지의 설계·조달·시공(EPC)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에너지건설그룹(CEEC)이 맡았으며, 또 다른 국유기업 중국교통건설공사(CCCC)는 중국 현지에서 엔지니어와 선원 등을 모집해 서해 현장에 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군은 사고 예방을 위해 해저케이블 업체에 훈련 지역과 잠수함 훈련 일정, 이동 동선 정보 등을 제공한다”며 “자칫 우리 군사 기밀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 고속도로 차질 가능성
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에너지 공약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사업은 7조9000억원을 들여 서해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나르는 데 필요한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해상풍력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발전원이다. 8기가와트(GW) 송전 용량의 절반 이상인 5.5GW 이상을 서해안 해상풍력단지가 책임진다. 해군이 주요 해상풍력단지에 군 작전성 영향 평가를 시행하면 1차 준공 2030년, 최종 2038년으로 계획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완성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지는 위치가 조정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정상 준공을 위해 군 작전성 평가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김리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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