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인플레이션 확대로 임대료 상승…부동산 투자 적기 왔다"
"일본은 이제 임대료 상승이 가능한 국면으로 들어갔어요. 우리와 다르게 땅값만 오르는 경우는 없고 임대료가 오르면 가격도 오릅니다. 투자로는 도쿄 5구 내 주거용 꼬마빌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본 부동산 중개를 시작한 지 8년째를 맞은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여년간 연예인·기업가의 빌딩을 전문적으로 관리, 중개를 해온 자산관리업계 베테랑이다. 김 대표는 오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집코노미 콘서트 2024’에서 ‘엔화 약세 시대, 똑똑하게 일본 부동산 쇼핑하는 법’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강의할 예정이다.

2017년 한 은행의 의뢰로 일본에 네트워크를 꾸렸다. 일본 파트너들도 30년 이상 빌딩 리노베이션 사업이나 중개사업을 해온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120억원 상당 빌딩을 중개하는 데 성공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엔 일본 상장사인 미라쓰홀딩스의 디벨로퍼 자회사 타카라레벤과 제휴를 맺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만 거래되던 우량 물건을 한국인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을 위험요인으로 보지만, 이제 일본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며 "2022년부터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는 만큼 임대료에서 커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건물을 선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리노베이션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주거용 빌딩이 좋다"고 말했다.
"日 인플레이션 확대로 임대료 상승…부동산 투자 적기 왔다"

日 인플레이션 진입임대료 올라 시세도 상승

김 대표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때문에 지금이 투자 적기냐는 질문이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동안 디플레이션 때문에 임대료를 올릴 수가 없었던 일본의 특수성을 이해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재작년부터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면서 임대료 상승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BOJ의 금리인상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것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시세차익도 기대해볼만하다. 김 대표는 땅값이 올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한국의 부동산 방정식은 일본에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일본에선 임대료 동반 없는 가격 상승은 물거품"이라며 "반대로 임대료가 오르면 건물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물건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금이 투자 적기인 이유로 들었다. 일본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 개선 방안과 목표,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PBR 1 이상인 기업은 주가지수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연기금이 해당 주식을 더 매입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았던 기업이 부동산 가격을 재평가하면서 장부가치가 확대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다시 PBR을 1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갖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엔 중국계 대만인이 일본 부동산의 주요 고객"이라면서도 "일본의 경우도 요즘 세대는 주가가 최고점을 기록하고 도쿄 집값이 3배 오른 것을 지켜보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주택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을 두고 나중에 환차손을 보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5년 이상 보고 부동산을 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BOJ의 금리인상 기조가 분명해진 것으로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엔화 가치도 계속 오르게 된다. 오히려 지금이 투자하기에 적기라는 설명이다.

10억 넘는 고가주택 '비추'주거용 꼬마빌딩 매입해야

김 대표는 투자할 지역으로 도쿄 5구를 지목했다. 도쿄 5구는 츄오구, 치요다구, 미나토구, 시부야구, 신주쿠구 등 도심지다. "외국인들이 밀려오고 젊은 사람도 계속 유입되니까 앞으로 팔기도 쉽고 임대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인 투자자가 주로 찾는 타워맨션, 즉 10억~20억인 고가주택 한 채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임차인이 즉시 입주하는 한국과 달리 '공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어느 정도 임차인이 원하는대로 수리가 이뤄져야 입주한다. 김 대표는 "10억~20억원 주택은 기본적으로 임대료가 높아서 임차인 찾기가 쉽지 않다"며 "3개월 걸려서 수리하면 그 동안 대출 원금은 고스란히 집주인이 물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임대사업을 하려면 금액대를 높여 주거용 건물 한 채를 통으로 매입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10가구 건물이라면 1가구 공실이어도 공실률은 10%"라며 "임대료가 낮은 원룸 등은 임차인을 금방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한 채는 대출도 부담이다. 김 대표는 "공실이 생겼을 경우 샐러리맨은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기는 것"이라며 "현지 은행에서도 샐러리맨은 대출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업력 쌓은 '일본인'에게서 소개받은 물건이 낫다"

김 대표는 "매수할 물건을 '일본인'에게 소개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물건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중개사에게 내놓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나 대형 디벨로퍼가 매각하는 물건은 구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미쓰이부동산 같은 대기업 디벨로퍼도 작은 물건을 리노베이션해서 판다"며 "제대로 된 현지 파트너십과 업력이 없는 중개사에게 그런 물건을 내놓을리가 없다"고 했다.

임대료 자체도 중요하지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건물인지도 살펴야한다고 조언한다. 빌딩의 가치가 임대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임대료가 높더라도 임대차계약에 장기 고정으로 돼 있다면 다시 봐야한다는 것이다.

매수를 결정했다고 해도 대출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는 "현지은행 대출은 본인만 가면 통장도 못 만든다"고 설명했다. 법인 설립이나 화재보험 같은 사소한 업무도 외국인인 한국인에게는 넘어야할 산이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할 때 중요도를 따지자면 매수와 매도는 6할, 관리가 4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일본은 빌딩 관리업체가 임대료를 먼저 받아 관리비를 제하고 난 뒤 건물주에게 입금한다. 부도를 맞은 관리업체가 워낙 많아 임대료를 떼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차를 내줄 때도 수리가 필요한 집이 흔하다. 입차인이 입주 전에 집 수리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저렴하게 투자하려고 오래된 집을 샀다면 리노베이션도 필수다. 보수 업체를 고르는 것도 외국인인 한국인 투자자로선 어려운 일이다. 김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소개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