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싼 임대료로…전세사기 피해자, 살던 집서 계속 거주
정부가 27일 경매 차익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 구제안을 내놓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은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에게 피해 보증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공공이 비용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주택도시기금 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매 낙찰가율이 관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매로 매입한 뒤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평균 67% 수준이어서 시세 차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LH가 경매 낙찰로 평균 30% 이상의 차익을 보기 때문에 이를 피해자 임차료로 활용하고 남는 금액은 주택 퇴거 때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감정가 1억1000만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8500만원에 낙찰받으면 차액인 2500만원이 피해자에게 가는 것이다. 피해자는 최초 10년간 무상으로 피해 주택에 살 수 있고, 추가로 10년 동안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임차료를 내고 더 거주할 수도 있다.

낙찰가율이 높아 차익이 별로 없거나 임차료가 차익보다 클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국가 재정을 지원해 LH 손실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피해자는 무주택 요건만 충족하면 최초 10년 뒤 10년간 더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위반 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매입하기로 했다. 위반 건축물은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는 등 한시적 양성화 조치를 강구한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금융 지원도 제공한다. 피해 주택 유형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도 추가했다.

LH의 경매 차익 지원 등 이번 지원 방안의 일부는 국회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당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소급 적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조원대 기금 소실 우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작고 주택도시기금 용도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중 1조원가량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지난 3월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 전·월세 대출뿐 아니라 주택 구입 관련 대출, 주택 공급 등에 두루 쓰인다. 최근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용처가 크게 늘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도 재원이 투입되면 여유 자금 고갈은 시간문제다.

정부안은 주택도시기금 대신 LH가 배정받은 매입임대 예산 5조원과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7000억원 등을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금을 지원한 뒤 별도 주거 대책이 없는 야당안과 달리 정부안은 공공임대 우선 입주를 지원해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게 차이점”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