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주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 시행계획 확정 시한인 5월 말까지 대법원에서 법정 공방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성원 최다은)는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항고 각하·기각을 결정했다. 전의교협은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의교협 측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에서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법원이 의지만 있으면 서면 심사와 결정을 이달 말까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각 결정은 나머지 항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2개 의대 학생 1만3000여 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등 6개 항고심 재판이 서울고법에 대기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의교협은 나머지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오더라도 대법원 재항고를 통해 법정 공방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고심에서 기각된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그런데도 재항고하겠다는 것은 법원을 이슈화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원이 정파성 짙은 사안에 휩쓸리면서 자칫 사법부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탄핵, 위헌정당, 헌법소원 심판 등 ‘정치적 결정’을 피할 수 없는 헌법재판소와 달리 대법원은 최종적인 법률 판결자인 만큼 ‘사법 적극주의’ 행보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 적극주의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법원이 점점 정파성에 휩쓸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분명한 추세”라며 “판사는 판결로 얘기해야지 ‘말’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시강 홍익대 법대 교수는 “의대 증원 및 배정 계획은 정부와 대학의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에 위반이 없다면 존중돼야 한다”며 “법원이 행정의 재량을 존중하지 않고 ‘월권’한다면 재판이 정치적으로 오염됐다고 의심을 사게 되고, 법원 스스로 정당성 기반을 상실할 것”이라고 했다.

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