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뒤늦게 보험급여 지급 결정을 받았다면 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정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급여 지급이 지연된 기간의 평균임금 상승분을 급여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보험금 차액을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분진 작업장에서 일하던 A씨는 2004년 3월 진폐 판정을 받고 요양을 시작했다. 공단은 요양 중인 진폐 근로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해오지 않다가 이와 상반된 법원 판결이 계속 나오자 2017년 업무처리 기준을 바꿔 요양 중인 진폐 근로자에게도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

A씨는 2016년 3월과 2017년 9월 장해급여 지급을 신청했으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하지만 다른 진폐 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공단이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자 공단도 내부 방침을 변경했다.

공단은 A씨가 진폐 진단을 받은 2004년 3월 당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장해보상일시금 901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장해급여 청구권이 발생한 2018년 4월 기준으로 장해급여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해보상일시금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 증감제도가 적용된다”면서도 “평균임금 증감이 적용되는 기간이 끝나는 시기를 장해 진단일까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고심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하는 경우를 특별히 한정하지 않고, 평균임금 증감이 끝나는 시기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지급 거부·지체 시 보험급여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이 증감하는 것은 재해근로자 보호와 행정의 적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