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야 마트야?…온라인 배송 물류센터로 변신하는 대형마트 [현장+]
지난 9일 찾은 서울 문정동 이마트 가든파이브점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양개문 뒤 물류창고에서는 온갖 상품을 실은 레일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PP센터라고 불리는 이 공간은 이마트 점포 후방공간에 있는 온라인 배송용 물류창고다. SSG닷컴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에서 물건을 집품(Picking)·포장(Packing)해 배송된다.

PP센터는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 안에 있다. 가든파이브점 PP센터는 송파구 전역, 강남·강동구 일부에서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을 하루에 3000건씩 처리한다. 이곳의 면적은 1280㎡. 대형 점포로 분류되는 가든파이브점 면적의 10분의 1을 넘게 차지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의 무게추가 넘어오면서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용 물류창고로 변모하고 있다. 고객들이 직접 와서 장을 보는 오프라인 점포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전국 곳곳으로 배송해주는 물류거점으로까지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전국 PP센터의 면적은 4년 새 2.2배(올해 3월 기준)나 늘었다. 웬만한 이마트 영업면적에 육박하는 대형 PP센터도 20개에 달한다. 안산고잔점과 익산점의 PP센터는 면적이 2000㎡인데, 이는 이마트 신촌점의 전체 면적보다 넓다.
지난해 11월 전국 이마트 PP센터에 적용된 POG 내비게이션 4.0 화면
지난해 11월 전국 이마트 PP센터에 적용된 POG 내비게이션 4.0 화면
최신 기술을 도입해 물류 효율도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전국의 PP센터에 도입한 ‘POG 내비게이션 4.0’이 대표적이다. 작업자가 빠르게 상품을 찾아 포장할 수 있도록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90% 이상의 위치 정보를 데이터화해 최적 경로를 보여준다.

기존에는 집품해야 하는 상품의 이름과 사진만 보고 상품이 위치한 진열대를 찾아야만 했지만, 이번에 도입된 POG 내비게이션 4.0은 스마트폰에 상품 정보는 물론 진열대 이미지, 정확한 위치 등의 정보를 함께 표시해준다. 마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처럼 최적 경로를 알려주는 셈이다.
POG 내비게이션 4.0이 탑재된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마트 진열대에서 집품을 하고 있는 모습.
POG 내비게이션 4.0이 탑재된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마트 진열대에서 집품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시스템을 적용한 후 상품당 처리 시간이 20% 개선됐다는 게 SSG닷컴측 설명이다. 인당 처리 건수도 20% 늘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진열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현재 집품해야 할 상품과 그 다음 상품까지 함께 보여줘 효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이 이마트 후방공간을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건 e커머스 업계의 물류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쿠팡이 대규모 투자로 전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압도적인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까지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수도권 주문을 주로 처리하는 온라인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센터를 용인·김포 등에 뒀고, 동시에 이마트와 연계한 PP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물류역량을 키우고 있다. PP센터는 이마트 점포 내 후방공간에 물류 기능을 추가하기만 하면 돼 효율적이고, 점포가 전국 도심 곳곳에 퍼져있어 근거리 배송에도 유리하다.
이마트 이천점 PP센터 모습
이마트 이천점 PP센터 모습
물류센터가 마트 안에 위치한 만큼 경쟁업체보다 ‘식품’ 배송에 특화됐다는 것도 PP센터의 강점이다. 전국 PP센터가 하루에 처리하는 7만5000건의 주문 중 90%가 식품 주문이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와의 연계로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식품 구색을 갖춘 덕이다. 도심 곳곳에 위치했다는 입지적 장점을 살려 하루에 4~5번 배송이 이뤄진다. 쿠팡이나 알리익스프레스는 배송 시간대를 선택할 수 없지만, SSG닷컴은 오전 10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배송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대형마트 새벽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만큼 SSG닷컴의 새벽배송 역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PP센터는 새벽배송이 불가능했다. 지난달 말 이 제한을 푸는 개정안이 서울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조만간 PP센터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