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트럼프 닮아가는 바이든
올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산 제품에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만 유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이 두 달 만에 180도 입장을 바꿨다.

강경 일변도의 중국 정책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7.5%에서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중국 철강 기업들이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통로도 차단하기로 했다. USTR은 해운과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중국의 무역 정책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해를 끼치며 공급망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에 계속 맞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을 25%에서 100%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배터리와 태양광 등의 분야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3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통상 관행이나 정책을 조사해 무역장벽이 확인되면 수입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안보 법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정책에서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2021년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타이틀 42’를 해제했다. 타이틀 42는 팬데믹 기간 무자격 이민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경 강화 정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가 적발되면 난민 심사 전까지 임시 비자를 주고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가석방하는 형태로 국경 이민 대응 방향을 바꿨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수용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이민자 수가 급증하자 올해 초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비상 상황이 되면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국경 심사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다.

엄격해진 이민 대응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 일변도로 선회한 건 미국의 표심 때문이다. NBC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민이 가장 중요한 대선 쟁점이라고 답한 비율이 22%로 인플레이션(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 대선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 유권자들은 강력한 대중 무역 정책을 원하고 있다.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및 배터리 공장이 경합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에 대비해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잇따라 강경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무역과 이민 정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하는 건 한국에 필수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