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후계 구도에 쏠렸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그레그 에이블 비보험부문 부회장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해 93세인 버핏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에이블 부회장을 후계자로 내세웠다. 버핏은 “벅셔해서웨이의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매우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에이블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1년에도 버핏 회장은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에이블 부회장을 지명했지만 투자 종목 선정까지 맡게 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주주들 앞에서 “에이블 부회장이 벅셔해서웨이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버핏은 에이블 부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이블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 문화는 어떤 모습이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그 결정은 내가 없을 때 내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본 배분은 에이블에게 맡길 예정”이라며 “그는 기업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고, 기업을 이해하면 일반 주식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61세인 에이블 부회장은 PwC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직한 에너지회사가 2000년 벅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핏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에너지 부문을 이끌던 에이블은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비보험사업을 총괄했다. 에이블의 동료들은 “에이블은 버핏보다 카리스마가 덜하지만 냉철하고 분석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FT는 “에이블 부회장은 여러 테스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팀 쿡이 스티브 잡스로부터 애플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을 마주했다”고 평가했다. 에이블 부회장은 벅셔해서웨이가 유의미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투자기업을 발굴해야 하는 책임과 매 분기 계열사에서 유입되는 약 100억달러의 자금을 분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때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한 아지트 자인 보험부문 부회장 등이 속한 이사회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