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눈에 밟혀서"…차마 휴진 못 한 외과교수
전국에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예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상당수 교수는 환자가 눈에 밟혀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인 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에서 휴진을 권고했던 지난 3일 오전 암센터에서 예정돼 있던 대장암 환자 등의 진료를 봤다. 대부분 수개월 전에 잡힌 환자와의 약속을 차마 저버릴 수 없어서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때문이 아니라 환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며 휴진할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내가 비대위원장이고 교수협의회장이지만 나도 (휴진 권고를) 못 지켰다"며 "(휴진을) 결정했더라도 환자가 먼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다른 교수들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의대 교수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와 비응급 수술의 휴진을 권고했지만, 지난 3일 이 교수를 포함해 대부분의 교수가 현장에서 평소처럼 진료를 봤다.

198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외과 의사 중 '최고참'이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쏟아지는 업무에는 예외일 수가 없다. 다른 교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젊은 교수 중에는 한 달에 당직을 15일 이상에서는 경우도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런데도 휴진하지 않은 건 오로지 환자 때문이다.

이 교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갈라지는 목소리로 "환자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병원을 오는 환자들을 안 볼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성모병원의 특성상 지역 등에서 2차 병원에서 못 본다며 3차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은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내가 진료를 안 하면 환자들이 어디로 가느냐"며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비대위가 매주 금요일 휴진을 권고한 것도, 비상 진료 상황이 장기화하는 만큼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환자를 떠나려는 게 아니라 환자의 곁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한 휴진이라는 것이다.

일주일 중에 굳이 '금요일'인 것도 상대적으로 외래 진료가 조금 적은 날을 골라 환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 누구보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교수들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정부랑) 싸우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싸우려고 휴진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래야만 환자를 계속 볼 수 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신속히 해결되려면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특히 정부가 의학교육 인프라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증원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 교원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데 정부가 '의사의 수'부터 얘기했다"며 "잘못된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의대생도 전공의도 아닌 정부"라며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