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전후 네타냐후 정권 퇴진압박 국면 급변
美당국자 "이스라엘 보호약속, 가자지구 정책과 별개"
이스라엘 왕따 벗어나나…"네타냐후에 이란 공습은 '구명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중동의 안보 위기 덕분에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외교적 회생 기회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외 위상은 이달 13∼14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함께 급변했다.

이란의 공습 전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외에서 퇴진 압박을 받으며 정치생명이 끝날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는 피란민이 대거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연일 마찰음을 냈다.

여기에 가자지구에 구호식량은 전달하는 일을 하는 국제구호기구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의 오폭에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선이 싸늘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데려오라는 시위는 전국적 반정부시위로 확산했다.

내각 일부에서는 조기 총선을 통해 리더십의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국면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직접 공격을 단행하면서 급반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같은 지지를 약속했다.

영국 등 다른 서방국도 이스라엘 지지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란 공습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국제사회의 의제가 가자지구 휴전이나 라파 지상전에서 이란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일거에 전환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이라는 '적'의 존재가 명확해지면서 서방국과 이스라엘의 협력 대오가 다시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네타냐후 총리는 진짜 적이 누군지 분명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이란 공습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15일 평가했다.

한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전 세계가 이란이 어떤 존재인지 보게 됐다"며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가 잘 다룬다면 외교적으로 이익을 얻을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런 국면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요구 명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의 위협이 명백해진 만큼 이란의 대리 세력인 하마스를 섬멸할 필요성 역시 더욱 분명해졌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이다.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계속 충돌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까지 공격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중동 정책을 급히 수정하면서까지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 4명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보호 약속 때문에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당국자는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방어하는 것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협상과 완전히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재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라파 지상전 등을 둘러싼 네타냐후 총리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중동정책센터의 책임자인 나탄 삭스는 "많은 이스라엘인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은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 부족과 대조될 것"이라며 "이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이스라엘 내 논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