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토론회…"보건의료 정책 결정에 당사자도 참여해야"
의료공백 장기화…"의료독재 중단해야 vs 환자 피해 변명 안돼"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 소재와 해법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토론회에서 사직 전공의와 환자·시민단체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인권위는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의 건강권 보장 및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위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측에도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토론회에서 "헌법을 무시하고 근거가 부족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공익을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는 '보건의료 독재'라 표현할 수 있겠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 건강과 보건이라는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적절하지 않고 전공의의 기본권만 침해하는 위헌적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약 회사에게 받은 것이라고는 제품 설명회에서 나눠주는 삼색 볼펜밖에 없는 전공의들에게 간첩의 여섯 배에 달하는 30억원의 리베이트 현상금이 걸려있다"며 "동료들이 범죄자 취급에 지치고 상처받았으며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사가 응급·중증 환자에게 불편을 넘어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며 필수 의료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인천시의료원장인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전공의 집단행동은 한국 보건의료의 적폐가 발현된 것으로 국민, 의사, 환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로서, 의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 강화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환자와 지역 주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임준 인권위 사회권 전문위원은 "의료계, 정부, 국민 모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면 혼란도 막고 합리적 안도 나오지 않았겠느냐"며 "정부도 공공의료체계를 이야기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옥 씨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신체·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앞서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 2월 전공의 복귀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