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는 아디다스, 신발은 나이키. 한 손엔 구찌, 발밑엔 람보르기니. 셀럽의 패션이 아니다. 게임에서 가상 인물이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옷은 구찌, 차는 람보르기니…150조로 커진 '인게임 광고'
홍보 채널을 넓히려는 소비재 기업들이 앞다퉈 게임으로 들어가고 있다. 올해 인게임 광고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길 것이란 시장 전망도 나왔다. 로블록스 같은 해외 기업뿐 아니라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업체도 ‘인게임 광고’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로블록스는 광고 회사 펍매틱과 협업해 올해 하반기 자체 게임에서 영상 광고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한 동명의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의 하루 이용자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7150만 명에 달했다.

로블록스는 실시간 입찰 방식으로 외부 업체들이 영상 광고 지면을 확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용자 몰입도를 높여 이 플랫폼을 유튜브처럼 독자적인 광고 채널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업체는 이미지 형태의 광고와 브랜드별로 꾸밀 수 있는 가상공간도 공급하고 있다.

이미 로블록스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2월 이 게임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나이키도 자체 가상공간을 운용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역시 같은 달 로블록스 내에 차량 디자인과 운전을 체험할 수 있는 트랙을 만들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는 인게임 광고 시장 규모가 2019년 378억달러(약 52조원)에서 올해 1096억달러(약 151조원)로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임 광고 효과에 주목해 로블록스에 자체 게임을 구현한 업체도 나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로블록스를 통해 게임 ‘현대 퓨처 어드벤처’를 출시했다. 워터파크, 우주, 정원, 남극 등을 꾸며 미래 기술을 게이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업계에서도 마케팅 창구로서 게임을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라이브와이어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 이상 게임을 하는 세계 인구는 32억 명에 달한다. 알파·MZ세대 모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게임 관련 콘텐츠를 꼽았다. TV, 영화, SNS 등을 뒷순위로 밀어냈다.

국내 게임사도 인게임 광고 시장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9월 출시한 방치형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광고를 삽입했다. 광고를 시청하면 게이머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월 9900원을 내면 광고를 제거해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크래프톤도 올 하반기 인도에서 게임 내 광고 수익모델을 시험할 계획이다. 넥슨은 자체 연구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개인화 광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사 넵튠은 인게임 광고 사업 호조에 힘입어 2016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