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기 앞두고 세월호 선체 찾아 '눈물 속 다짐'
[르포] "10년 지나도 여전한 아픔" 팽목항 찾은 세월호 추모객
"10년 전 바다도 이리 평온했을까요.

어찌 꽃피지도 못한 청춘들이 한순간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을 찾은 추모객 차연순(60) 씨는 들끓는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단원고 학생들과 같이 1997년생 아들을 키우는 차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해마다 남다른 먹먹함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10년 전 그날 자녀를 등교시킨 뒤 거실에 앉아 언론 보도로 사고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소망한다"고 울먹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 한편이 저린데, 자녀를 떠나보낸 유가족의 아픔은 감히 상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다"며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차씨처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추모객들도 이날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헤지다 못해 빛을 잃어가는 노란 리본을 오래전 달아놓은 누군가를 대신해 고쳐 매달았고, 새로 가져온 샛노란 리본에 '미안하다'고 적으며 팽목항에 머물렀다.

[르포] "10년 지나도 여전한 아픔" 팽목항 찾은 세월호 추모객
일부 추모객들은 전남도에서 연 추모제에 함께 해 검푸른 빛의 바다에 하얀 국화 여러 송이를 바다에 띄웠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지지대가 파손, 철거됐다가 새로 설치된 노란 리본의 대형 조형물 앞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곱씹었다.

잊어서는 안 된다는 듯 뒷걸음질 치며 방파제와 망망대해를 번갈아보던 추모객들은 인근 공터에 마련된 0416팽목기억관을 찾아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내부에 고이 모셔놓은 304명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 뒤 숨죽여 흐느꼈고, 이 흐느낌은 팽목항에서 울려 퍼지는 한 선박의 뱃고동 소리에 묻혀갔다.

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1997년생 추모객은 검은색 펜으로 추모 문구를 노트에 한자씩 눌러 적으며 미안함을 전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못한 죄스러움을 담았고, 친구였던 희생자들의 삶을 대신해 살아간다는 고마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꾸겠다는 다짐을 적었다.

[르포] "10년 지나도 여전한 아픔" 팽목항 찾은 세월호 추모객
바다에서 인양돼 2017년부터 세월호가 거치 중인 전남 목포신항에서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침몰 해역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영정사진 옆에는 생전 고인들이 좋아했던 음식물이 가지런히 놓였다.

영정사진과 철제 펜스 너머에는 노란 리본 수백 개가 바람에 나부끼며 세월호 곁을 지켰고, 추모객을 반겼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 봉지에 담은 음식물과 국화를 바닥에 두던 한 추모객은 "10년이 지난 만큼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교사로 일한다는 이 추모객은 "사고 원인과 구조 작업에 대한 국가 조사가 끝났다"며 "하지만 모든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만큼 조사가 다시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4·16 재단은 오는 1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선상 추모식을 연다.

유가족은 추모식에서 '세월'이라고 새겨진 노란 부표를 향해 국화를 띄운 뒤 목포신항으로 이동해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