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대표적 동시대 미술관인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는 자연과 인공의 빛을 매체로 사용하며 인간이 자연과 환경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탐구한 여성 예술가 낸시 홀트(1938-2014)의 대규모 회고전 《낸시 홀트: 빛의 원 (Nancy Holt: Circles of Light)》을 첫 전시로 열었다. 홀트는 미국 대지미술과 개념미술의 선도적 그룹의 하나로 활발한 작업을 했으나, 그의 남편이자 대표적 대지미술 예술가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듯 전시는 작가의 1960년부터 1986년까지의 설치, 필름, 비디오, 사운드, 사진, 텍스트 작업 등을 포괄적으로 보이며 독일 내 전례 없는 규모로 홀트를 소개한다.
아트리움을 지나 들어간 여러 개의 전시실에는 설치와 조각뿐 아니라 텍스트, 사운드, 사진, 비디오, 필름, 아카이브 자료 등이 홀트의 예술적 궤적을 조망한다. 다양한 작품들은 작가의 자취를 좇으며 그가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자연에 대한 감각 방식 및 인간의 인식 형성 과정을 면밀하게 탐구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1971년 시작된 ‘위치 탐사 장치 (Locator)’ 연작은 구멍을 통해 한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시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간에 따라 빛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했던 작가의 ‘보는 도구’이자 조각 작품으로 전시된다.
또 다른 빛의 향연을 펼치는 작품 ‘빛의 거울 (Mirrors of Light)’(1973-74)은 직경 24cm 크기의 거울 10개를 사선으로 설치하고 반대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거울에 반사된 원형의 빛을 다시 다른 벽면에 사선으로 그려낸다. 빛과 거울로 전시실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관객이 공간을 거닐며 거울에 반사되는 빛과 스스로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위치와 방향에 따른 변화를 인식하면서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자각을 자각하게 한다’.
홀트가 쓴 글에서 제목을 가져왔듯이 《낸시 홀트: 빛의 원》은 주기적인 자연과 태양계의 원형적 움직임, 시작과 끝이 반복되는 순환을 상징하는 원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작가가 자연과 세계를 사유한 방법을 나타내며 그의 예술적 여정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자연으로 나아가 자연을 작품으로 만든 대지미술을 미술관이란 제도 공간 안에서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갑갑한 마음은 전시라는 체계의 한계를 실감하게 했고, 아트리움의 스펙터클과 대조되는 전시실의 단조로운 전시 구성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전시에 보이는 그의 대표작이자 작가로서 도약점이 된 작품 ‘바닷가의 수도사’(1808-1810)는 바닷가를 걷고 있는 수도사의 모습을 작게 그려 넣은 그림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의 풍경에 압도되며 자연과 절대자 앞에서 인간은 미미한 존재임을 상기하고 자연스레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프리드리히는 풍경화를 그리지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보다 스튜디오 안에서 캔버스 위에 구도를 잡고 채색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작가 의도가 두드러진 화면 구도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대조에서 강조된 작가의 감정은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다. 또한 그의 작품 속 뒷모습으로 그려지는 인물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를 대입해 회화 속 자연과 세계를 가까이 호흡하게 된다.
프리드리히가 중년 이후 한층 완숙해진 예술을 보일 즈음, 낭만주의는 쇠퇴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가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그의 작품은 예전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작가로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작업을 했고, 전시에서는 작가 후기의 예술적 시도 및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으로 ‘얼음 바다’(1823/24)를 볼 수 있다. 이는 영국 장교 윌리엄 에드워드(William Edward)의 극지방 항해기에서 영감을 받고 그린 작품으로 에드워드 장교의 범선은 항해 중 빙해에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 돌아왔다고 한다. 프리드리히는 대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의 존재와 실패를 차갑고 황량한 얼음과 가라 앉은 범선으로 표현하였고,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사실적인 묘사와 다채로운 색의 사용을 보인다.
변현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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