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 전시한 전기차 ‘SU7’을 소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샤오미가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 전시한 전기차 ‘SU7’을 소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을 정식 출시했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최근 애플이 10년 매달린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애플 베끼는 카피캣(copycat)’으로 불리던 샤오미가 전기차 분야의 다크호스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의 전반적 업황이 나빠지고 있어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차 진출 선언 3년 만에… 샤오미의 ‘괴력’

카피캣은 복사(copy)와 고양이(cat)을 합친 말로, 독창성 없이 남을 모방하는 기업이나 제품을 가리킨다. 중세 유럽에서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여긴 데서 유래했다. 중국 가전업체는 카피캣의 전형적 사례로 통했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을 노골적으로 베끼며 성장했다. 물론 이들의 기술력도 상향 평준화하면서 몇몇 제품은 ‘대륙의 실수’라는 찬사(?)를 받는 단계에 올라서기도 했다.

샤오미는 SU7 출시 24시간 만에 사전 주문 8만8898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가속력 등의 측면에서 포르쉐 타이칸과 테슬라 모델S를 뛰어넘는다”며 “15~20년 안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가격은 표준 모델 기준 21만5900위안(약 4000만 원)으로 매겨졌다. 테슬라 ‘모델3’보다 3만 위안(약 550만 원) 싸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700km로 모델3(600km)보다 길다. 상위 모델인 프로 가격은 24만5900위안(약 4500만 원), 맥스는 29만9900위안(약 5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샤오미는 베이징 외곽에 연 2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가진 공장을 지어 전기차를 공급한다.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협업했다. 샤오미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 전기밥솥,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가전에서 이 회사가 구축한 ‘이용자 생태계’는 강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품질 면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자동차는 안전성과 신뢰도가 생명인데, SU7은 주행 도중 미끄러지거나 차체가 가라앉는 등의 사례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품질 못 믿겠다” “디자인 베꼈다” 비판도

SU7은 또 공개되자마자 포르쉐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디자인으로 빈축을 샀다. “대놓고 베꼈다” “카피캣 습관을 못 버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단 출시부터 하고 문제를 고쳐나간다는 중국 기업 특유의 전략 같다”고 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시점이 썩 좋지 않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어넌 쿠이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차 상위 10개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늘리려 경쟁하고 있어 신생 업체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