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촉구안' 압도적 찬성 가결…'연임 도전' EU수장 부담 가중
유럽의회, EU수장에 '낙하산 논란' 특사 임명 철회 촉구
유럽의회가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마르쿠스 피퍼 의원을 EU 집행위 중소기업 특사로 임명한 결정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안건이 찬성 382표, 반대 144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를 추진한 유럽의회 의원들은 피퍼 의원의 인선 과정에서 후보자 평가·성별·지리적 균형 등의 원칙을 지켰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그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같은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이어서 EU 집행위 핵심보직인 중소기업 특사로 임명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인선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집행위가 지난 1월 말 피퍼 의원을 특사로 임명한 직후부터 불거졌다.

그가 다른 후보자보다 평가 점수가 낮았던 데다 중소기업 특사의 직속상관 격인 티에리 브르통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인선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EU 소식통은 유로뉴스에 "수년간 EU 집행위 고위직 인사 업무를 경험하는 동안 담당 집행위원의 동의 없이 임명이 결정된 적은 이전엔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 도전을 위한 당의 공식적 지지가 필요했던 상황에 임명이 이뤄졌다는 점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사실상 '연임용 티켓' 확보를 위해 친정 당 소속 인사를 앉힌 것 아니냐는 것이다.

피퍼 의원은 CDU는 물론, CDU가 속한 유럽의회 정치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전해졌다.

이날 유럽의회의 투표는 선언적 의미로 구속력은 없다.

에릭 마메르 집행위 대변인도 의회 표결 직후 정례브리핑에서 "원하는 안건에 투표하는 것은 유럽의회의 역할"이라면서도 집행위 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도적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브르통 집행위원을 포함한 현역 집행위원 4명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문제를 제기한 데다 이날 유럽의회가 가세하면서 연임을 노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부담을 안게 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CDU 추천을 거쳐 EPP 선거전을 이끌 '선도 후보'로 확정된 상태로,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가 최다 득표를 할 경우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