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유럽의 대형 배터리셀 제조사와 9조2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11일 공시했다.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앤에프, 양극재 '9조 잭팟'
엘앤에프는 유럽 고객사와 내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17만6000t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최근 양극재 납품가를 반영해 9조2000억원으로 산정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이 정도 규모로 배터리셀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은 노스볼트뿐”이라고 말했다. 노스볼트는 유럽연합(EU)의 ‘배터리 독립’을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셀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동박 기업과도 장기 계약을 맺는 등 K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0월 노스볼트와 양극재 공급 계약을 위한 품질 인증을 마치며 협력 관계를 공개했다. 양사는 당초 지난해 말 9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마칠 예정이었다. 전기차 판매 둔화가 길어지면서 계약 시점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향후 노스볼트와 추가 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번 1차 계약을 포함해 총 20조원 규모다.

엘앤에프는 니켈 비중이 90% 안팎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먼저 공급하고 미드니켈, 하이망간 양극재도 순차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현재 양산 중인 양극재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까지 중장기로 공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엘앤에프는 폐배터리 자회사 JH화학공업으로부터 재활용한 원료를 공급받는 등 유럽 내 배터리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배터리 규제는 배터리 소재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활용 원재료 사용 비율 향상을 의무화해 진입장벽이 높다”며 “유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에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납품 비중이 77%에 달하는 엘앤에프는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2025년 매출 비중 목표는 LG에너지솔루션 50%, 글로벌 전기차업계 30%, SK온 20%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