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2대 총선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도운 홍보수석.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실의 모든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포함된다.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2대 총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예산을 세울 때 내놓은 계획보다 29조원 늘었다. 대규모 세수 펑크에 따라 지출 규모를 크게 줄였음에도 재정 수지가 애초 목표보다 악화한 셈이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정부가 11일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주요내용’을 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조000천억원이다. 예산을 짤 때 목표로 삼은 적자 규모(13조1000억원)보다 적자 폭이 23조7000억원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원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상 흑자를 내는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마찬가지로 예산상 적자 계획(58조2000억원)보다 28조8000억원 늘었다.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9%(잠정)로 집계됐다. 정부의 건전재정 적자비율 관리 기준 ‘3%’를 훌쩍 벗어난 수치다. 정부는 2022년 8월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때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낮추며 ‘건전재정 기조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5년(2018∼2022년) 총지출 증가율 평균은 8.7%였다. 이와 함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22년 5.1%에서 2023년 2.6%로 낮춰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정부 예산안에 견줘 적자 폭이 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세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애초 정부 전망과 달리 국세 수입은 2023년 연초부터 쪼그라들며 결과적으로 예산 대비 56조4000억원 부족해졌다. 그 결과 지난해 총수입은 573조9000억원으로 예산안에 견줘 52조원 감소했다.엉터리 경기 전망과 낙관적 세수 추계가 낳은 3.9%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코로나19(4.4~5.8%·2020~2021회계연도)와 외환위기(4.6%·1998년도)라는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3.6%·2009년도) 때보다도 0.3%포인트 높다.한쳔 지난해 나라살림 결산 결과는 총선 이튿날인 11일 발표됐다. 지금껏 국가 결산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4월10일 전에 발표됐다. 총선을 의식해 발표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국가결산 보고서에는 지난해 국가재정 세입·세출 결산 결과와 재정적자·국가부채·국가자산 증감 규모 등이 담긴다.국가결산 보고서가 4월10일을 넘겨 발표되는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재정법 59조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국가결산 보고서를 다음 연도 4월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 해도 예외 없이 4월10일 이전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국가결산 보고서를 의결한 뒤 감사원에 보냈다. 국무회의는 통상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기재부 관계자는 “법제처 등에 법률 조언을 구한 결과 법이 정한 기한이 이번처럼 공휴일(선거일)인 경우 기한이 이튿날까지로 연장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11일에 감사원에 제출해도 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야당은 총선을 의식한 발표 일정 조율이라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발표를 연기한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결산서 공개가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정부는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민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국정 전반을 되돌아보며 민생경제 회복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과제 추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롭게 구성될 제22대 국회와는 더 많이 대화하고 더 깊이 협력하며 국정의 파트너로서 국민의 뜻에 함께 부응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한 총리는 또 "우리 경제는 여러 지표에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께서 느끼시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려워, 정부는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국민께서 변화를 조속히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한 총리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 부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정부의 모든 부처는 하나의 팀이 되어 물가 등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과 국정과제 추진에 매진해 달라. 정부 정책을 국민 입장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한 총리는 "아울러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과 긴밀히 협력하여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 등을 최대한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된 2023년도 국가재정결산 결과와 관련해서도 "건전 재정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빚과 부담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며 "정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나가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께서 피부로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