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임박했나…본토 타격설에 중동정세 긴장

블룸버그 "이란, 고정밀 미사일 동원해 곧 이스라엘 영토 곧 공격"
獨항공, 테헤란 운항 중단…바이든, 이스라엘에 "철통방어" 약속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로 번질 경우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빠져들 것으로 보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곧 이뤄질 예정이며, 공격에는 '고정밀 미사일'이 동원될 수 있다고 보도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곧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는 이란의 보복 공격은 시간 문제라는 한 당국자의 말을 전하며, 이란의 공격은 민간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 시설이나 정부 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코앞으로 닥쳤다는 보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다"(ironclad)며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란의 위협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들은 이스라엘에서 의미심장한 공격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한 것처럼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이같은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굳건하다.

다시 말하지만, 철통같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런 보도에 대한 텔레그래프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한 채 미국 정부는 "이란의 수사(rhetoric)를 알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와 관련, 중동 지역의 미군 책임자인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이 이란과 이란 대리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비하고 공동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1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이 탄도 미사일과 드론, 크루즈 미사일 등을 사용해 이스라엘을 겨냥해 유례 없는 직접 공격을 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스라엘 역시 이란에 대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이 당국자들은 덧붙였다.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폭격을 받은 직후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그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종료에 맞춰서 한 연설에서 "그들이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우리 영토를 공격한 것이나 매한가지"라면서 "사악한 정권은 실수를 저질렀고, 벌을 받아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부대를 방문한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메네이의 이런 으름장에 대해 "우리를 공격하려 하는 자가 누구든 강력한 방어와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8일에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통화하는 등 이스라엘과 미국은 최근 며칠 전부터 임박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응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국이 이란 측에 공개적 또는 막후로 경고를 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응 강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스라엘이 미국에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와 이라크 등 아랍 국가들의 외무장관들이 이날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해 역내 긴장 완화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란 측에 메시지를 전달해달라는 미국의 부탁을 받고 이뤄졌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며 하늘길도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중동의 상황을 고려해 테헤란 운항을 중단한다고 10일 밤 발표했다.

루프트한자는 "중동의 상황을 상시적으로 살피고 있으며,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측에서는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의 레바논·시리아 담당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지휘관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그리고 다른 6명의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고, 미국은 이란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사전에 몰랐다고 발빠르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란은 공격 주체가 이스라엘임을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영국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했기에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벼르고 있다.

중동정세 긴장으로 국제유가는 강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10일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며 1.1%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0.98달러(1.15%) 오른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