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지지 신호"…야당·유대인 단체 "부적절" 반발
구호단체 요원 폭격으로 호주인 사망한 뒤 반이스라엘 여론 고조
'친이' 호주 외무장관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해야 평화"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국가인 호주의 외무부 장관이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야 중동 지역에 평화가 온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호주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페니 웡 호주 외무 장관은 전날 호주국립대학(ANU) 국가 안보 대학 컨퍼런스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로 가려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는 두국가 해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단순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중동에서 '끝없는 폭력의 순환을 끊을 유일한 희망'이라며 호주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웡 장관은 또 양국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이스라엘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스라엘이 역내 국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안보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주 언론은 호주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 신청 투표 때도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난 2일 유엔에 정회원국이 되겠다며 2011년 제출한 가입 신청서의 재검토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유엔 정회원국이 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최소 9개 이사국의 찬성을 얻으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안보리를 통과한 뒤에는 유엔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2011년 독립국 지위를 얻기 위해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호주는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국가다.

2012년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하는 투표 때도 찬성하지 않고 기권했다.

하지만 이번 가자지구 전쟁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유엔 긴급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휴전 노력을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을 공격, 호주인 구호 요원이 사망하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이스라엘을 향해 "호주가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반이스라엘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호주의 이런 움직임에 야당을 비롯해 호주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자유당 상원 원내대표인 사이먼 버밍엄 의원은 "두국가 해법은 양측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으로, 하마스의 공격이 이런 확신을 무너뜨렸다"며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하마스의 야만적인 행동에 빠르게 보상해 주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호주 내 유대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호주 유대인 집행 위원회(ECAJ) 알렉스 리브친 공동대표는 웡 장관의 발언이 실망스럽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에서 동맹국에 설교하려 드는 것은 무례하고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