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이 배우 이정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연 감독은 9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 인터뷰에서 "이정현 배우는 '이건 쉽지 않겠다' 생각한 장면도 잘 표현한다"며 "작품 속 가짜 '광기'도 잘 구현해줬다"고 극찬했다.

연 감독은 이정현과 영화 '반도'를 함께했고, 그의 임신과 출산도 기다려 준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받았다. 연 감독은 "아직 시즌2 제작은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시즌2로 구상한 내용을 마지막 촬영 때 (이정현에게) 보여줬다"고 전해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

'기생수'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기생 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기생 생물이 한국에 떨어졌다면?'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원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가족과 인간, 기생수와의 관계로 확장되며 호기심을 자아냈다는 평이다. 여기에 전소니가 기생생물과 기묘한 공생을 하게된 수인 역으로 발탁됐고, 구교환은 여동생을 찾기 위해 기생수를 쫓는 강우 역으로 분했다. 이정현은 기생생물 전담반인 더 그레이 팀장 준경 역에 발탁돼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OTT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6~7일)에서 한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싱가포르, 카타르 등의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인도, 프랑스, 코스타리카, 헝가리 등에서도 2위에 올라 글로벌 종합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이전까지 글로벌 1위를 지킨 동명의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삼체'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다음은 연상호 감독의 일문일답
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 공개하자마자 정상에 올랐다.

저도 작품 발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기대가 들기도 했다. 잘 시작을 한 거 같다. 심지어 '삼체'가 직전에 공개된 상태라 조금 부담이 됐다. ('삼체'가) 훌륭한 완성도로 선보여져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우려했던 곳은 일본이었다. 원작이 일본이라.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었다.

▲ 원작 팬들의 반응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원작이 가진 '공존', '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했다. 원작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은 다른 면이 있다. 원작에서는 서로 소통하면서 이해한다면, 수인과 하이디가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그런 부분들이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원작 팬들이, 특히 일본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고, 우려했다. 완전한 원작의 이야기가 아니고, 원작의 세계관을 인정해준 부분이라,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 그리고 모든 설정은 원작에서 따왔다.

▲ 그런데도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 가장 큰 부분이 주인공의 설정이다.

원작의 내용을 한국화, 현지화 시킨 작품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설정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니 같을 필요가 없는 거다. 수인과 하이디의 관계가 극적이길 바랐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길 바랐고, 직접 대화를 못 하고, 성격도 전혀 다르다 설정을 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마지막 엔딩 장면은 이 전체 내용의 8년 후라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원작의 주인공 신이치는 고등학생에서 20대 후반이 되는 거다.

▲ 시즌2를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한일 세계관이 합쳐질 수 있는 건가.

제가 시즌2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의 결정에 의한 거다. 다만 배우들과 얘기할 땐 뒷 내용에 대한 구상은 있었다. 어느 시점에 만나러 온 거라는 얘기는 있었다. 시즌2에 대한 전체 구상은 나와 있다. 이정현 배우에겐 보여줬다.

▲ 시즌2가 된다면 한일합작이 될까.

자세하게 말하긴 힘들지만, 신이치가 나오고, 꽤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제작된다면 마지막에 등장했던 신이치 역의 스다 마사키 배우도 계속하게 될 거 같다. 스다 마사키 배우를 처음 인지한 작품은 영화 '아황'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시선을 빼앗겼다.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했다.

▲ 스다 마사키가 '혐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있었다.

저는 그걸 몰랐다.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양익준 감독과도 친하고. 양 감독님과 제가 친하다고 하니 저도 만나고 싶다고 하고. 한국의 치킨무를 좋아해서 직접 담가 먹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생활맥주에 가서 같이 치킨이랑 맥주 먹고, 떡볶이도 좋아했다.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사진=넷플릭스
▲ 원작자에게 편지를 받아 영상화 허락을 받았다. 완성본을 본 후 피드백을 받은 게 있을까.

원작 판권을 가진 제작사 고단샤와 미팅을 갖고 브리핑을 가졌고, 그걸 원작자에게 전달해드렸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히토시 선생님이 열려 있는 분 같다. 그분이 '기생수'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굉장히 많은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다. 대본 작업을 할 때마다 고단샤에 보내 피드백을 받았고, 히토시 선생님은 완성 버전을 보고 수기로 보내주셨다. 인상 깊게 본 장면도 다 적혀주셨다.

▲ 원작에서 보여준 환경과 파괴에 대한 부분보다는 '공존'과 '공생'에 집중했다.

제가 생각한 포인트가 공존과 공생이었다. 모든 생물은 사실 모두 기생하며 살아가지 않나. 의지라는 단어로 기생이라는 단어를 바꿀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수인이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걸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 관점을 보여드리려 했다.

▲ 기생수를 표현하면서 영상으로 구현하는데 고민도 됐을 거 같다.

테스트 촬영도 하고, 정교하진 않지만 CG팀이 가합성도 하고, 배우들, 스태프와 공유하면서 어떤 식으로 완성이 될지 사전 작업을 많이 했다. 많이 준비해두면 큰 어려움은 없다. 제가 현장에서 대충 '왱!'만 해도 다 이뤄진다.(웃음) 실사화됐을 때 가장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을 찾으려 노력했다.

▲ 배우들이 CG 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기도 했다.

전소니 배우는 자신이 하이디도 연기하는지 몰랐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놀란 건 수인이란 캐릭터가 갖는 불행을 전소니 배우가 진짜처럼 만들어줬고, 후반부엔 하이디에게 몰입하도록 했다는 점이었다. 건조하고, 무표정하지만 수인을 이해하는 하이디의 모습을 표현을 잘해준 거 같다. 강우는 하이디와 수인을 연결해주는 메신저였다. 너무 무거운 느낌으로 연기하면 안 되겠더라. 연기하기 힘든 역할이지만 구교환 배우는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높다. 적재적소에 잘 연기해준 거 같다. 본인이 영화를 연출하기에 어떤 포인트에 어떻게 할지가 디테일하게 있다. 준경은 남편을 기생 생물에게 잃고, 여전히 남편의 얼굴과 몸을 가진 기생 생물이 살아 있어서 복수를 해야한다는 설정인데, 이로 인한 고통을 가짜 광기로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이정현 배우가 보여준 여러 모습이 있지 않나. 이를테면 가수시절부터 보여준 광기.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연기해주길 바랐고, 잘 표현해준 거 같다.

▲ 이정현의 임신과 출산도 기다려줬다고 알려졌다.

적절한 시기에 하셨구나 싶었다. 작품과 상관없이, 아이를 갖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여배우들에겐 임신과 출산이 쉽지 않은 일인 거 같다. 기다려줬다고 알려졌지만, 저희 스케줄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예정대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정현 배우는 확실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이건 쉽지 않겠다' 생각한 장면도 잘 표현해 주신다. 미묘한 감정, 느낌, 여지를 보여준다.

▲ 넷플릭스랑 계속 작품을 내고 있다. 올해 '선산'에 이어 '기생수'를 내놓았고, 하반기에는 '지옥2'가 예정돼 있다. 종신계약설이란 말도 나온다.

종신계약을 하고 싶다. 어떤 작품을 하던 넷플릭스와 일하는 과정은 똑같다. 기획안과 대본을 내고, 그게 통과가 되면 가는 거다.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서 오래 기다리진 않는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 뭔가 계약이 돼 있거나 하진 않다.

▲ 끊임없이 어떻게 그렇게 작품을 하나.

하루를 대부분 일정대로 움직인다. 기획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그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항상 저녁엔 집에 가고, 요즘은 촬영도 7시면 대부분 끝난다. 그래서 저녁도 집에 가서 먹으려 한다.

▲ '지옥2'도 나올 예정이다.

거의 후반 마무리 작업 중이다. 저는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흥행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지옥'이라는 세계관을 좋아하는 분들은 더욱 깊어지고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인 거 같다. '지옥' 시즌1을 본 분들은 당연히 재밌게 보실 거 같고, 재밌게 보지 않거나 안 본 분들도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연니버스'라고 하지만, 작품을 할 때마다 얘기가 나올 때 부담이 될 법하다.

당연히 좋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저 스스로 평가를 하자면 그렇게 대중적인 느낌은 아니다. 성격 자체가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대중성 있는 뭔가를 할 때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그걸 제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업계는 투자받지 못하면 못 하지 않나. 그 시기가 되면 대중성을 완벽하게 내려놓고 남은 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서양화과 출신이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그렇지만 그렇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에너지도 나오고, 오류도 나오고, 그렇게 저만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도 대중성이 뭔지 모르겠다. 다만 수치나 이런 걸 보면서 알게 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