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노벨상' 수상 불발…"한국 아동청소년 문학 알려 기뻐"
이금이 작가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스러워"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 수상이 불발된 이금이(62) 작가는 "최종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의 볼로냐피에레전시장에서 열린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 작가는 최종 후보 6인에 들었으나 수상의 영광은 오스트리아의 하인츠 야나쉬에게 돌아갔다.

이 작가는 시상식 이후 김서정 평론가와 진행한 북 토크에서 "제가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 처음 온 게 2000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최종 후보 6명이 돼서 이 자리에 다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등단 40주년인데 열심히 글을 썼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 6명에 뽑아준 것 같다"며 "최종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청소년의 말 못 할 상처와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천착해온 이 작가에게 이번 수상 불발이 상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김 평론가의 짓궂은 질문에 이 작가는 전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상식 이후에 곧바로 북토크를 하니까 상에 대한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다른 작가분들 모두가 내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주셨다.

나 개인으로 온 게 아니라 한국의 아동·청소년 문학을 대표해서 온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조금이나마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을 알릴 수 있어서 기뻤다"며 "상처는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

오히려 즐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금이 작가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스러워"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전설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2022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그림작가 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어 이 작가가 연달아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작가도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의 아동·청소년 문학을 해외에 좀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1984년 등단해 50여 권의 작품을 쓴 그는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을 맞은 동시대 한국 아동문학계의 거장으로 꼽힌다.

1999년 펴낸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교과서에도 실려 약 70만부가 팔렸고, 새엄마를 통해 가족이 회복되는 이야기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은 출간 30주년을 맞아 최근 4권째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그의 작품들은 해외로도 판권이 팔려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일제강점기 하와이로 이주한 세 여성의 삶을 담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지난해 미국의 저명한 출판 상인 노틸러스 출판상(Nautilus Book Awards) 역사소설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북 토크에 참석한 이 작가의 아들을 향한 질문도 나왔다.

이 시대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작가로 불리는 이 작가가 어떤 어머니였느냐는 질문이었다.

어머니의 첫 독자에서 이제는 30대가 된 그는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들의 고민과 마음을 잘 이해해주셨다"며 "그래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엄마였다.

40년 동안 글을 꾸준히 쓰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그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들에게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며 "아들이 등단 40주년을 맞아 큰 선물을 줬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