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드르. / 사진=한경DB
서울시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드르. / 사진=한경DB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서울 외곽 집값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 요건 완화로 서울 외곽 집값 역시 오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실수요자들만 움직일 것으로 보여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르면 내달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2023년생부터 적용)한 가구 중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가구에서 2억원 이하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에 가액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에서 이러한 사정권에서 들어온 지역은 강북일대다. 시내와 가까운 마포, 성동, 동작 등은 소형이면서 구축, 중소규모의 아파트들이 9억원 이하에 분포되어 있다. 시야를 넓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확대하면 전용면적 84㎡의 준신축도 매수가 가능하다.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완화…강북권 아파트 선택지 넓어져

9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역별 9억원 이하 주택 비중(2월 기준)은 △도봉구 91.8% △중랑구 87.8% △노원구 84% △금천구 83.5% △강북구 82% △구로구 77.1% △관악구 72.6% 등 순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6건이 거래됐는데, 매매가격은 8억4800만~ 9억50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는 입주 이듬해었던 2021년 같은 면적이 12억5000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침체와 함께 집값이 하락했고, 신축임에도 9억원 이하에 매매가 가능하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는 1764가구로 조성된 준신축 대단지다. 전용면적 84㎡가 한때 11억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9억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주변 공인중개사에 나와 있는 매물은 8억9000만~10억원대다. 단지내 공인중개사는 "대단지다보니 층과 향이 다양하게 호가가 나와 있는 편"이라며 "나온지 오래된 매물도 있다보니 집주인들과 가격조정이 가능한 매물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서울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구축의 경우 더 낮은 가격에 매수도 가능하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금호타운' 전용 59㎡는 지난 2일 4억9500만원에 팔렸다. 도봉구 도봉동 '한신' 전용 84㎡도 같은 날 5억1800만원에 거래됐고, 중랑구 신내동 '벽산' 전용 84㎡는 지난 3일 5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실제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이후 문의가 늘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이번에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해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화가 제법 왔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외곽지역만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집값이 낮은 편인데다 서울이 전반적으로 반등하는 분위기다보니 지금 매수하면 '손해는 안 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2% 상승해 직전 주(0.01%)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집값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7곳은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중랑구 등 모두 외곽지역이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서울 외곽 집값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적용 요건 자체를 확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 외곽 지역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주요 지역은 가격이 어느 정도 올랐지만, 외곽은 아직 아니기 때문에 대출로 거래가 증가,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도강·금관구 집값 약세에…"전용 84㎡ 신축도 9억 이하에 가능"

반면 외곽지역의 하락세가 더 길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노원, 도봉, 강북구 등에 이번 대출 대상이 되는 단지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거래가 확 늘었다고 체감하기는 어렵다"며 "집값이 바닥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더 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아 지켜보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자체가 신규 주택 매수 때 활용되는 것보다는 갈아타기에 많이 쓰인다고 하지 않느냐"며 "아직은 대출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외곽보다는 선호도가 높은 자치구로 몰릴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이번 대상이다보니 시내 출퇴근이 가까운 지역에 집을 구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마포구, 성동구, 동대문구 일대가 대표적이다.

마포구 공덕동 '마포현대' 전용 59㎡는 지난달 3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단지 전용 59㎡들도 8억원대에 팔리고 있다. 성동구는 응봉동 '금호현대' 전용 59㎡는 지난달 8억2000만원에,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SK뷰' 전용 59㎡ 저층이 지난달 8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영등포구, 동작구 등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단지들이 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신생아 특례 대출 안내 배너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신생아 특례 대출 안내 배너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봉이 높은 신혼부부들 가운데 굳이 서울 외곽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침 결혼해서 아기를 낳았거나 곧 낳을 예정인 신혼부부들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구축이거나 저층, 급매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신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은 한 달여전부터 급매들이 빠지고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내달부터 대출 요건이 완화되지만, 이사철을 지나면서 시장에 9억원 이하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계다.

한편 거래가 살아날 순 있겠지만 완전한 집값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려면 큰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상황 등 실수요자들의 구매 욕구가 자극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당장 강보합 수준까진 오를 수 있겠지만 가격이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곽 지역 집값이 회복할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