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 보이는 의료 대란…업무 과중·진료 축소 확대
사의 표시 의사들까지 늘어날 조짐ㆍ병원은 경영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각 지역 병원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 대란이 시작된 지 7일로 50일이 다가오면서 의사들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추가 진료 축소 움직임도 예견된다.

의료진이 없어 진료가 제한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각 병원에서 외래 진료 축소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의료 공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내다볼 수 없게 되면서 환자들의 건강 위협과 더불어 병원 경영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의사 없어요" 진료 제한 공지에 환자는 가슴 '철렁'(종합)
◇ 진료 제한·축소 '텅 빈 병원'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의료진이 없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진료가 제한되고 있다고 종합상황판을 통해 공지했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신경과 의료진 부재로 추적 관찰 환자 외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은 응급실에서 성형외과·피부과·소아과 진료가 불가능하다.

을지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응급실 진료를 비롯해 정신과·신경외과·정형외과·신경과 중증 응급질환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은 응급실에서 성형외과·소아과 진료를 볼 수 없고, 산부인과·안과 등 응급수술이 어려운 상태다.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응급실도 입원이 필요한 소아과 환아는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고,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도 소아과와 안과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도 쭉 빠지고 주말마다 병원이 명절 연휴 같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병원에서는 일부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위한 주당 외래 1세션을 축소했다.

예약 진료를 최대한 취소하지는 않으나 불가피하게 예약 취소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전화로 일정 조정을 안내하고 있다.

정신의학과와 정형외과 병동은 일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은 외래 진료를 유지하지만, 일반 병동 1개를 축소 운영 중이다.

충북대학교병원은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일부 제한하기로 했으며 지난 5일 당일에는 외래 중 75%가 휴진했다.

앞서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는 의료진의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소진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다만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병원 현장의 진료 축소 등은 근무 시간을 줄이고 중증· 응급환자 외래 진료를 축소하는 등의 의료계 방침과 맞물려 점차 확산할 조짐이다.

실제로 충남대병원에서는 일부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주 40시간 진료 축소, 신규 외래 예약 축소 등의 방침을 전체 진료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사 없어요" 진료 제한 공지에 환자는 가슴 '철렁'(종합)
◇ 현장 업무 과중…사의 표시도 늘어
공보의가 파견돼 전공의가 빠진 병원 현장의 공백을 일부 메우고 있지만 현장의 업무 부담은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제주한라병원은 최근 격무에 시달리던 심장내과 전문의 1명이 결국 건강이 악화하면서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잔류 의료진의 피로도가 급증해 초진율 등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병원 교수들은 번아웃(탈진)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경기북부 각 병원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형병원에서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응급실 운영을 확대했지만,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충북지역의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3∼4일에 한 번씩 당직 근무를 서가며 운영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번 사태로 의료진의 업무 과중과 더불어 일일 수익이 3억여원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매월 90억여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며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도 "외래진료는 이미 예약이 다 잡힌 상황이어서 취소하거나 축소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현장에 남은 교수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별도 대책은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소속 전공의의 약 90%가 출근하지 않고 있어 지난달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2개 병동을 통합하고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교수들의 주 52시간 근무는 병원 현장에서 그 영향을 체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병원 교수들은 현장에서 진료를 계속 보고 있지만 사직을 표시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336명)의 절반 이상이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5일까지 2차로 사직서를 취합했다.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200여명 중 60% 이상(11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대 의대 교수회는 교수 66명의 사직서를 모았으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제출은 하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도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교수 100여명도 대학 측에 사의를 밝힌 상태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4일 100여명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직서를 대학 의대 학장에게 전달했다.

다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만큼 교수 대부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2월부터 휴강 중인 의대들이 이번 주부터 속속 수업을 재개한다.

하지만 순천향대 등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수업 재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덕종 우영식 박영서 이성민 최은지 류수현 박세진 허광무 박주영 고성식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