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난해 8월 역대 최저치까지 급락한 이후 좀처럼 t당 1만원대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기업들이 탄소 감축 기술에 투자할 유인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배출권 가격 급락…투자 의지 꺾인 기업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2023년 배출권(KAU23) 가격은 지난 5일 종가 기준 t당 8490원이다. 작년 9월(1만4600원) 대비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시세는 배출권 거래를 시작한 2015년 1월 12일(864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배출권거래제는 탄소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에 할당량을 준 뒤 기업이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2022년 초 t당 3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할당량 대비 기업들의 배출권 수요가 감소한 것이 핵심 원인이다. 기업들에 할당되는 배출권의 유상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배출권 기본계획(2021~2025년)상 기업의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은 최대 10%에 불과하다. 배출권 거래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럽연합(EU)도 올 들어 수요 감소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이달 초 기준 62유로(약 9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기업이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인해 탄소 감축 기술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9곳가량이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가 높다고 답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