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초저가 식료품 전문 매장’을 연다. 초저가 공산품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노브랜드와 비슷한 콘셉트의 초저가 신선식품 매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계속되는 고물가 속에서 신선식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쿠팡, 알리 등 e커머스 공세에 맞서고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식료품 노브랜드' 만든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를 열 것”이라며 “연내 최소 다섯 개 이상의 출점 대상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HDS는 매장 운영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상품 대량 소싱(조달)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춘 매장을 의미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추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HDS는 ‘신선식품판 노브랜드’를 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이마트의 매입 역량을 활용해 국내외에서 신선식품을 대량 조달하고 무인계산대 등을 적용해 인건비를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매장보다 더 싼 초저가에 식료품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알리, 테무 등 e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도 신선식품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전문점을 설계했다.

최근 수년간 이마트 실적은 나빠졌지만 노브랜드 등 전문점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도 새로운 전문점 추진의 배경이다. 지난해 이마트 할인점(이마트 매장)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0% 줄었다. 반면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영업이익은 141.7% 늘었다. 고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7%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크게 웃돌았다.

HDS는 이마트의 기존 출점 전략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마트는 작년부터 인천 연수점과 경기 고양시 킨텍스점 등 기존 점포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집객 효과가 큰 테넌트(임대) 매장 비중을 높이고 직영 매장에도 즉석 조리식 코너와 각종 볼거리를 늘렸다. HDS는 이처럼 많은 인력과 비용을 수반하는 체험형 요소를 과감히 줄여 대량 소싱, 대량 판매를 통해 초저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매장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인력 배치와 매장 인테리어 등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