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무섭게 오르는 유리기판株…"AI 차세대 주자" VS "단기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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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유리기판株
와이씨켐·필옵틱스 이달 코스닥 상승률 1·2위

생성형 AI 확산 수혜 가능성 있지만,
상용화까진 최소 3년 걸릴 전망
"최근 상승 테마 따른 수급 쏠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유리기판 관련주가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 함께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인텔, AMD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유리기판 채용 움직임 또한 불거지면서 기대감은 더 부풀고 있다. 다만 아직 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상승은 AI 수혜주 열풍 속 테마적 성격에 의한 수급 쏠림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4월 1~5일) 와이씨켐은 65.77% 올라 이 기간 코스닥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필옵틱스는 58.31% 폭등해 수익률 2위에 올랐다. 모두 유리기판 관련 종목이다. HB테크놀러지(39.89%), 이오테크닉스(17.75%), 켐트로닉스(10.57%), 기가비스(9.13%) 등 다른 유리기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도 일제히 뛰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에선 유리기판 개발을 추진 중인 SKC와 삼성전기가 24.19%, 6.86% 각각 상승했다.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에 쓰인 에폭시 등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채용한 기판이다. 유기기판보다 데이터 처리량이 약 8배 많지만, 전력 소비는 절반가량 낮아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열과 휘어짐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리 특성상 압력과 외부 충격에 약해 수율이 낮고 비싼 게 단점이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먼저 쓰였으며 최근 반도체 산업용 유리기판 양산도 준비 중이다.

유리기판은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고집적·고용량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유기기판만으론 불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에서다.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도 유리기판을 개발 중이다. 가장 빠른 곳은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로 올 하반기부터 유리기판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리기판을 양산하는 업체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와 유리기판 조기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와이씨켐은 최근 반도체 유리기판용 핵심 소재 3종을 개발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필옵틱스는 유리관통전극(TGV)용 장비를 개발해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이 장비는 유리기판 내 미세 전극 통로 형성을 위해 구멍을 내는 데 쓰인다. 깨지기 쉬운 유리의 특성상 난도가 높다. 켐트로닉스는 디스플레이 유리 원장 식각기술을 바탕으로 TGV 공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TGV 공정은 유리기판에 구멍을 뚫는 건식 공정과 구멍 안의 평탄도를 높이는 습식 식각 공정으로 구성됐다. 이중 켐트로닉스는 식각 공정에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SK,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유리기판 사업에 적극적"이라며 "유리기판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해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생성형 AI 확산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유리기판은 단기에 성과를 보긴 힘들지만 산업에 접목됐을 때 없던 시장이 생기는 것이니만큼 기대가 크다”며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은 2027~2030년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아직 실적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 강세는 ‘AI 후방산업’ 테마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케이아이엔엑스(데이터센터), 비에이치아이(원전), 제룡전기(전력설비) 등이 급등락한 데 이어 유리기판이 그다음 테마로 부각돼 매수세가 몰렸다는 것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현재 움직임은 단기적인 수급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현아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