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돌려준 상태…검찰 수사는 거짓말과 연막"
검찰 출석한 '롤렉스 스캔들' 페루 대통령 "시계는 대여품"
'롤렉스 시계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린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해 자신의 고가 시계가 빌린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5시간여 동안 명품 시계 보유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명품 시계 하나를 제외하고는 친구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검찰 수사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 시계를 빌린 것은 잘못이었다"며 지금은 돌려준 상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친구는 자신이 시계를 착용하고 국가를 제대로 대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면서 시계를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앞서 약 2년여간 공식 일정(부통령 시기 포함)을 소화하면서 1만4천 달러(약 1천875만원) 상당의 롤렉스를 비롯해 최소 14점의 고가 시계를 착용했다가 불분명한 취득 경위를 문제 삼는 언론 보도 이후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은 대통령 자택과 대통령궁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거짓말"과 "연막"이라고 조롱하며 검찰이 더 전문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5만 달러 상당의 까르띠에 팔찌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값싼 모조 보석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고가 시계 사건 스캔들로 지난 1일 페루 의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에 의해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으나 보수·우파 의원들의 반대로 4일 탄핵안은 통과되지 않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야당의 마르고트 팔라시오스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행정부 통제라는 국회 기능을 행사하기 위해 우리는 명품 시계와 보석류 등 문제를 일으킨 볼루아르테에 대해 도덕적 무능력을 사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덕적 무능은 과거 여러 페루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쓰인 '단골 사유'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사망 또는 국회에서 판단한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국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다.

반역 행위나 선거방해 등 특정 범죄에 따른 처벌도 해임 사유다.

이 가운데 객관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도덕적 무능력'은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판단에 따른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강압적인 진압을 지시 또는 묵과해 50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