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일등공신은 스마트폰이다. 전반적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 1월 출시한 세계 첫 인공지능(AI)폰 갤럭시S24 시리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덕분이다. AI 기능을 적용한 TV와 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도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

5일 전자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NW) 사업부문에서 3조9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4분기 2조7300억원보다 70% 늘어난 수치다. TV 사업을 책임지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도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VD 및 DA사업부는 전 분기에 500억원 적자를 냈다.

기존 제품에 고성능 AI를 입히는 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갤럭시S24 출시를 계기로 중저가폰을 대량 판매하는 ‘물량 공세’ 대신 ‘제값 받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 결과 북미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소폭 감소했는데도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콘퍼런스콜에서 “갤럭시S24 시리즈와 폴더블폰 판매·마케팅을 강화해 플래그십 모델 출하량을 두 자릿수 늘릴 것”이라며 “시장 성장률을 능가하겠다”고 했다.

TV·가전 부문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스포크 AI TV를 비롯해 냉장고, 청소기 등 신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경기가 나빠져도 프리미엄 가전 수요는 꺾이지 않는다고 보고, 양보다 질에 주력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결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맡고 있는 디스플레이 부문은 다소 부진했다. 계절적인 비수기에 스마트폰 출하량 정체가 겹쳐 영업이익이 5000억원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분기(2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