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최남단 라파 공격 반대…중동 전체로 확전 위험 커져
하마스 이스라엘군 철수, 영구 휴전 요구에 이스라엘 완강
[가자전쟁 6개월] 라파까지 밀고간 군사작전…공전되는 휴전 협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오는 7일이면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이스라엘군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같은 달 말부터는 가자지구에 지상군 병력을 투입, 본격적인 하마스 소탕에 나섰다.

가자지구를 포위한 채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최후 보루인 최남단 도시 라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억류된 110여명의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중재국을 통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중요 쟁점을 둘러싸고 하마스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착 상태다.

[가자전쟁 6개월] 라파까지 밀고간 군사작전…공전되는 휴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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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 최후 보루 진격 앞 고민에 빠진 이스라엘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말 가자지구에 병력과 탱크 등 중화기를 투입해 본격적인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

자국을 선제공격한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은 물론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을 완전히 해소한다는 게 이스라엘의 목표였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가자지구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은 해안선을 따라 남하했고 가자지구의 허리 와디가자 부근에서는 서쪽으로 진군하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가자지구 최대도시인 북부의 가자시티, 알발라 등 중부 거점에 이어 남부 최대도시인 칸 유니스까지 접수한 이스라엘군은 최남단 라파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했다고 보고 이곳에 병력을 진입시켜야만 전쟁의 목적을 완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미 가자지구에서 3만3천명 가량이 목숨을 잃은 터에 최대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린 라파에서 시가전까지 벌어지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전면적인 공격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이 이런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한 채 라파 지상전을 고수하는 사이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기권 속에 첫 휴전 결의로 압박을 가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전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앙적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결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라파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의 또 다른 고민은 이미 한차례 작전을 벌였던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서 하마스 세력이 또다시 세를 결집하는 현실이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1월 한차례 급습했던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에서 최근 2주간 다시 병력을 진입시켰다.

하마스 대원 200여명을 사살하고 500여명을 체포한 이 작전을 이스라엘군은 가자전쟁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자평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하마스 완전 소탕이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채 하마스를 뿌리 뽑는다는 이스라엘의 목표 자체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국지전이 아니라 이란을 위시한 헤즈볼라, 예멘 반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시아파 무장조직 등 '저항의 축'과 대결이기도 해 자칫 중동 전쟁으로 확전하는 뇌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북부에선 헤즈볼라와 교전으로 이미 준전시 상황이고, 1일엔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예멘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물류의 요지 홍해 입구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면서 하마스를 외곽 지원하고 있다.

[가자전쟁 6개월] 라파까지 밀고간 군사작전…공전되는 휴전 협상
◇ 철군·영구휴전 논의 둘러싼 이견에 기약 없는 휴전
가자전쟁이 뚜렷한 성과 없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이스라엘 안팎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초강경 우파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하마스와 일시 휴전을 계기로 250여명의 인질 가운데 100여명을 데려왔다.

1차 휴전 이후 넉달간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한 추가 휴전 협상은 사실상 공전하고 있다.

휴전 협상이 교착된 원인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영구 휴전에 대한 이견이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이 요구가 성사돼야 인질을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6개월간의 군사 작전을 통해 승리를 눈앞에 뒀다고 판단하는 이스라엘은 이를 '망상에 사로잡힌 요구'라며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면서 중재국을 사이에 둔 양측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주전 시작된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계기로 일시 휴전과 인질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