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대결 피해 온 이란, 응징 방식·수위 두고 '상황관리' 고민
내부서는 강력 반격 주문도…전문가 "계산된 대응할 것"
이스라엘 매맞을 것이라고 했지만…이란의 '보복' 딜레마
이란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을 향해 "매를 맞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복수를 공언했으나 복수 시기와 방법, 수위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한 연설에서 "그들(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저지른 짓처럼 처절한 노력을 해도 패배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연히 그들은 그러한 행동으로 매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일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을 받아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포함해 13명이 사망, 중동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불씨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보복에는 상당한 정치적 고민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부터 미국,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결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전면적 응징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 더 나아가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해야 하고, 그 결과로 가자지구에 한정된 전쟁을 중동 전쟁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

반대로 쿠드스군 지휘관이 죽었는데도 응징의 수위가 낮으면 국가의 위신이 추락하고, 이란을 대리해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도 사기를 잃을 수 있다.

FT는 이러한 복잡한 셈법 때문에 이란은 혼란을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적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강경 정치인인 하미드 레자 타라기는 향후 대응 방식과 관련해 이란은 이스라엘이 다른 세력을 이번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을 경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분쟁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이란의 주장이 이스라엘이 그러한 침략을 저질러도 이란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은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강력한 반격을 가하라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란의 알리 모타하리 전 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군 고위 인사를 이스라엘의 공격 반경에 둔 정부의 실책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왜 우리 사랑하는 이들이 적의 화살을 맞으면서 (한자리에) 모여있었냐"고 물었다.

FT는 이란이 쓸 수 있는 카드로는 중동 내 이스라엘 첩보 시설 폭격, 후티 반군을 이용한 홍해 공격 강화, 헤즈볼라를 이용한 이스라엘 위협,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이용한 미군의 이라크 기지 공격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직접 대결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친이란 무장세력 중 가장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중동 분쟁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아마드 다스트말치안 전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이 때를 기다리며 '현명한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건에서 확실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충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계산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