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영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커머스부문 총괄(오른쪽)과 이상원 커머스 영업본부장.  /오늘의집 제공
정운영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커머스부문 총괄(오른쪽)과 이상원 커머스 영업본부장. /오늘의집 제공
라이프스타일 슈퍼 앱인 ‘오늘의집’에 접속하면 상품 판매창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올려놓은 인테리어 콘텐츠가 먼저 눈에 띈다. 여러 콘텐츠를 오가며 남의 집 내부를 온라인으로 구경하다가 ‘쿨한’ 의자를 하나 발견한다. 사진 위에 표시된 태그를 눌러 의자 가격과 스펙을 확인한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콘텐츠에 댓글을 단다. “님 거실 왼쪽에 있는 의자가 너무 예쁜데 혹시 삐걱거리진 않나요?”

오늘의집(회사명 버킷플레이스)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3C 전략’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한 회사다. 연간 방문자 1억 명, 앱 다운로드 3000만 건. 누적 거래액은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리빙 커머스 영역에서 압도적인 성과다. 이용자가 콘텐츠로 가구와 소품을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흐름을 짰다. 지난 10년간 고품질 콘텐츠와 상품을 탄탄하게 쌓아 올린 덕에 가능했다. 정운영 오늘의집 커머스부문 총괄은 “이제 사람들은 집을 꾸미고 싶을 때 바로 오늘의집을 떠올린다”고 했다.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수익화 방안도 설계했다.

판매량이 많은 상품이 앱 상단에 올라오는 기존 쇼핑몰과 달리 오늘의집에선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보다가 상품을 찾아낸다. 그래서 다른 곳에선 주목받지 못한 상품들도 잘 팔린다. 새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정 총괄은 “가전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가전의 가구화’도 오늘의집 콘텐츠가 만들어낸 트렌드”라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버티컬 시장에서 혹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진 않았을까. 오늘의집 직원 수는 현재 650명. 많은 유니콘 기업이 투자 혹한기에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는 달리 지난해 직원 수를 10%가량 늘렸다. 매출 증가와 광고 비즈니스모델의 성장으로 지난해 하반기엔 반기 흑자 전환(K-GAAP 기준)에 성공했다. 이상원 커머스 영업본부장은 “커진 덩치에 맞게 탄탄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며 “파트너 회사와의 협력 시스템을 점검하고 수수료 기준도 체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직 나아갈 영역이 한참 남았다고 강조했다. 정 총괄은 “초반엔 1인 가구, 2020년부터는 신혼부부 등으로 주 이용자층을 확대하면서 객단가를 높였다”며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큰 다인 가구와 고예산 이용자까지 더 넓혀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가구, 소품을 넘어 생필품, 식품 등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오늘의집 색깔을 잃지 않는 것. 이 본부장은 “이용자가 공유한 음식 플레이팅 콘텐츠를 식품 커머스와 연결하는 식으로 기존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엔 공간 컨설팅도 시작했다. 예컨대 이용자가 ‘20평(전용면적 50~60㎡)대 아파트에 무엇부터 놓아야 할까요’라고 질문하면 오늘의집 상담사가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까지 연결해준다. 상반기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엔 정식 상담 서비스를 내는 게 목표다. 오프라인으로 상품을 잘 보여줄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본부장은 “어떤 상품은 직접 만져보거나 실물을 봐야 할 때가 있다”며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들여온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정 총괄은 미래 커머스는 콘텐츠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을 우연히 본 뒤 구매로 연결되는 ‘발견형 커머스’의 경쟁력은 결국 콘텐츠라는 설명이다. “콘텐츠와 결합한 커머스 모델은 글로벌 잠재력이 아주 큽니다. 오늘의집의 강점을 갈고 닦아 새로운 커머스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