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8000만원 20년 납부 vs 연봉 3600만원 30년 납부…누가 연금부자일까?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0대 가정주부 A씨는 올해부터 친구 B씨가 부럽다. 매월 1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자신과 달리 B씨의 연금액은 150만원으로 훨씬 많아서다.

대학 졸업 후 연봉이 높은 금융사에서 일했던 A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20년 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왔다. 이후 A씨는 전업 주부가 돼 아이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

동네 친구인 B씨도 A씨와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첫 직장이었던 여행사를 10년 넘게 다녔던 B씨는 경영 악화로 회사를 나오게 된 뒤엔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이후 거의 15년을 주5일씩 꾸준히 일하며 매달 3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받았다. B씨의 국민연금 납입 기간은 30년에 육박한다.
연봉 8000만원 20년 납부 vs 연봉 3600만원 30년 납부…누가 연금부자일까?

보험료 ‘짧고 굵게’보단 ‘가늘고 길게’가 유리

B씨가 A씨보다 연금 부자가 된 비결은 간단하다. 100%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덴 ‘짧고 굵게’ 보험료를 내기보단 ‘가늘어도 길게’ 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깡패”라는 것이다.
2024년 국민연금 가입자의 가입 기간별 노령연금 예상월액. 국민연금공단 제공
2024년 국민연금 가입자의 가입 기간별 노령연금 예상월액.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4년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한 사람을 기준으로 가입 기간 중 월평균 소득이 국민연금을 내는 최상한 금액인 590만원인 사람이 20년 보험료를 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 연금액은 89만4470원이다. 반면 월소득이 300만원으로 60%에 불과하지만 가입 기간이 30년으로 긴 사람의 연금액은 90만2120원으로 더 많다.

가입 기간이 같다면 당연히 월 소득액이 많아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예상 연금액이 높아진다. 월평균 소득이 590만원인 사람이 30년 보험료를 냈다면 월 연금 수령액은 133만8940원으로 늘어난다.

10년 더 일하면 연금액 50%↑

하지만 월 소득이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면 더 오래 일하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연금을 부은 사람이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소득 수준이 같다면 가입기간이 20년일 때에 비해 30년인 경우 월 연금액은 약 1.5배 가량 높게 나타난다.
국민연금 급여 결정 산식.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 급여 결정 산식. 국민연금공단 제공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40년을 가입해야 명목 소득대체율인 40%가 적용되는 국민연금의 구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급여액은 큰 틀에선 전체 가입자의 3년간 월평균 소득(A값)과 가입자 본인의 월평균 소득(B값)을 더한 값에 20년 이상 가입시 부여되는 인센티브를 더해 산출된다. 가입 기간 40년을 완전히 채운 경우 연금액이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의 40%에 도달하는 구조다.

20년 이상 가입시 부여되는 인센티브 산식을 들여다보면 1년을 더 가입할 수록 연금액이 5%씩 늘어나는 구조다. 10년을 더 가입하면 50%다. 소득이 같은 경우 20년 가입자보다 30년 가입자의 연금액이 50% 가량 많은 이유다.

○소득 적을수록 가성비…100만원 소득자 최대 4.3배 받아
월급이 적더라도 좀 더 오래 일하면서 보험료를 내야 할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신규 가입자 기준 20년 이상 가입시 100만원 소득자는 수익비가 4.3배에 달했다. 평균소득자(2022년 기준 286만원)은 2.2배, 400만원은 1.9배, 현재 국민연금을 내는 소득 상한액인 590만원 소득자는 1.6배로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비가 높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낸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더 늘어나는 구조라는 뜻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국민연금 수익비. 국민연금공단 제공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국민연금 수익비. 국민연금공단 제공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비가 높은 것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는 ‘A값’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산식의 구조상 평균 소득 이하인 저소득 가입자는 실제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해 산출한 연금액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는 월 소득이 적더라도 더 오래 일하면서 보험료를 내는 것이 연금액을 높이는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업주부도 9만원씩 10년만 납입하면 평생 20만원 '짭짤'

그렇다면 이렇게 가성비 좋은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고려해볼 것은 ‘임의가입’이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은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내 거주자 중 소득이 없어 가입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 본인 선택에 따라 가입하도록 만든 제도다.

전업주부나 학생, 군인 등 소득이 없거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에 입의가입하고 있다. 2023년말 임의가입자 수는 32만4601명에 달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통한 연금보험료는 최소 월 9만원 이상으로 최대 53만1000원까지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이 발표한 2024년 예상연금 월액표에 따르면 최소 가입기간인 10년 간 9만원씩 납입하면 연금 수령 개시 후 월 20만1950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최대 금액인 53만1000원을 10년 간 납입해도 월 수령액은 45만10원에 그친다. 보험료는 5배를 훌쩍 넘게 더 냈는데 연금수령액은 2배 정도밖에 늘지 않는 셈이다.

가성비만 보면 9만원을 내는 것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대 상한으로 내더라도 낸 돈 보다는 받을 돈이 1.6배에 달할 정도로 국민연금은 수익비가 높은 노후 준비 수단이다. 개인 연금 등 사적 연금의 수익비가 1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후한 혜택으로, 형편이 허용된다면 최대한 납입급을 높여 최대한 많은 연금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노후로 이어질 수 있다.

60세가 돼 국민연금 납부 의무가 사라졌는데 아직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했거나,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 기간 중엔 회사를 다니는 사업장 가입자라도 지역가입자와 같이 9%의 보험료를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임의계속가입 자체가 국민연금의 의무 납입 연령인 만 18~59세를 넘어선 ‘추가 납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 의무가 본인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임의계속가입의 효과는 쏠쏠하다. 월 소득이 300만원인 근로자가 60세부터 65세까지 5년 간 국민연금을 추가 납부했을 때 추가로 내야 하는 보험료는 1620만원이다. 위에서 사례로 언급한 월 소득 300만원, 30년 가입자가 5년을 추가 가입한 경우 매월 받는 연금 수령액은 90만2120원에서 105만1850원으로 15만원이 늘어난다. 1년에 180만원꼴로 9년만 연금을 받아도 낸 돈보다 받은 돈이 많아지고, 그 이후부턴 매년 180만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