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가뜩이나 외면 받는 건설주 중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연이은 붕괴 사고 여파로 한동안 실적 불확실성에 시달렸던 HDC현대산업개발인데요.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HDC현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한 마디로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됐습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광주에서만 두 번의 붕괴 사고를 일으키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로 인한 막대한 재시공 비용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습니다.

당연히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었고요.

그런데 이랬던 증권사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비 급등과 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업종에 대한 분석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한 증권사들이 HDC현산 만큼은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도 올려잡고 있습니다.

<앵커>

신기하네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우선 실적입니다.

비록 영업정지 처분을 받긴 했지만 그건 신규 사업을 제한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기존에 수주했던 사업들은 계속 진행할 수 있었고요.

또한 소송을 통해 그 처분마저 효력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사고 이전처럼 새로운 일감을 따낼 수 있었다는 거죠.

일부 시공계약이 해지되긴 했지만 그건 착공 이전이라 수주 금액이 빠지는 것이고,

또 최종 계약서를 쓰지 않은 곳도 있었기 때문에 붕괴 사업장 관련 비용 말고는 당장 매출에 반영되는 손실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이후 평소처럼 집을 짓고, 팔 수 있었고, 결국 현산의 지난해 매출은 4조1,910억원, 영업이익은 1,95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7%, 68% 증가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던 건 일종의 기저효과 아닌가요?

특히 2022년에는 사고 여파로 철거나 재시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했고, 신규 분양이 저조했던 것도 사실이잖아요?

<기자>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하지만 신규 분양의 경우 몸을 사렸던 게 오히려 득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현산은 국내외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다른 대형사와 달리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이 매출의 70%를 차지합니다.

땅 없이 도급으로 시공하는 외주주택 사업과 직접 부지를 가지고 시행까지 하는 자체주택 사업을 8대 2 정도로 하고 있는데요.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 외주사업의 원가율이 특히 치솟았습니다.

현산이 어려웠던 2022년에는 95%까지 치솟을 정도였으니까요.

사고 이후 현산의 일감이 줄어든 건 바로 이 외주사업입니다.

100원을 벌어봤자 5원 밖에 안 남는 외주일감은 줄었지만,

마진이 높은 자체사업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저효과라고 보기엔 아주 의미없는 실적 개선세는 아니었던 거죠.

<앵커>

자체사업이 그렇게 돈이 됩니까?

<기자>

사업마다 다르지만 통상 업계에서는 시행으로 10%, 시공으로는 5% 정도를 남긴다고 합니다.

요즘 같이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선 시공사 마진이 3%도 안 나온다는데 어쨌든 시행 마진보다 턱없이 적은 건 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산이 지난 2020년 말 자체사업으로 청주에 분양했던 아파트가 있습니다.

900가구가 넘는 대단지고요. 지난해 2월 입주를 마치면서 3,300억원이 매출에 반영됐습니다.

반면 인근에 다른 건설사가 분양했던 단지는 도급사업이었는데요.

비슷한 시기, 비슷한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금액이 현산의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매출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원가율을 감안한 이익은 더욱 차이날 수밖에 없죠.

올해도 이런 자체사업으로 4,500억원 가량이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추산됐고요. 이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앵커>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산은 올해 1만3천가구 이상을 분양하며 5년래 최대 물량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미착공 밀어내기 분양과는 거리가 있고요.

올해는 특히 광운대 역세권 개발이라는 대형 자체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한데요.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일대 약 15만㎡ 부지에 최고 49층짜리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등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고요.

올해부터 2028년까지 2조8천억원의 매출이 순차적으로 반영될 전망입니다.

이밖에 공릉역세권과 용산역 철도부지, 잠실 스포츠/MICE,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대형 사업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이 가운데 공릉역세권과 용산역 철도부지도 내년이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이에 따라 현산은 내년부터 자체사업으로만 조단위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앵커>

아무리 전망이 좋다지만 건설 경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잖아요.

리스크는 없을까요?

<기자>

사고 여파로 사업을 선별적으로 진행한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최근 건설사들을 부도 공포로 몰고 있는 미착공 우발채무는 현산의 경우 전체 우발채무 가운데 18%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다른 대형건설사 대비 비중이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올해 말까지 순차입금을 5천억원으로 축소해 재무리스크를 줄인다고 밝혔고요.

또한 실적과 관계없이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미운 오리 HDC현산, 증권가 탑픽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