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견디고 이겨낸 민중의 힘 형상화…육지 첫 사례
5·18 광주에 제주 4·3 기억하는 조형물 설치
제주 4·3 희생자를 기억하는 '4월걸상'이 광주에 설치됐다.

인권연대 오월걸상위원회는 2일 광주 광산구 광산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4월걸상 제막식을 열었다.

인권연대는 이날 공개한 4월걸상이 제주 밖 육지에 설치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4월걸상의 건립 비용은 광주시민들이 모금으로 마련했다.

모금에 참여한 광주시민들은 지난해 5월 전국에서 6번째로 제주에 '오월걸상'을 건립한 제주도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광주에 설치한 4월 걸상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강문석 작가가 제작했다.

5·18 광주에 제주 4·3 기억하는 조형물 설치
작품명은 '민중의 힘'으로, 꺾인 총알을 형상화한 의자 아래에 민중의 힘을 상징하는 제주 몽돌을 놓았다.

거칠고 큰 바위가 구르고 굴러 바다에 이르렀을 때는 둥글고 매끈한 몽돌로 변하듯, 민중의 힘이 모여 폭력을 견디고 이겨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의자 단면 위에는 제주 4·3의 상징인 동백꽃을 각인했다.

이곳에 앉아 쉬면서 4·3과 5·18을 생각하도록 '제주 4·3, 오월 광주'라는 글귀도 새겨넣었다.

제막식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김희중 대주교, 제주 4·3유족회 회원, 오월어머니회 회원, 5·18기념재단 관계자,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5·18 광주에 제주 4·3 기억하는 조형물 설치
강 주교는 제막식 축사에서 "제주 4·3의 폭력은 6.25와 4·19, 5·18에서 재현됐다.

집단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대중 모두가 폭력의 피해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연대해 증폭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양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4·3사건은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인 여수·순천 10·19 사건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