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내구 실험으로 상용차 품질 높여
-수소상용차 대응 가능한 전용 풍동실 갖춰

일반적으로 상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00만㎞를 훌쩍 넘는다. 이에 대응하는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꼼꼼하게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현대차·기아가 극한의 상용차 환경을 상정해 시험을 거듭하며 개선점을 찾는 이유다.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이러한 노력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27일 현대차·기아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전동화 차 개발 핵심 연구 시설을 공개한 것. 실차 조건의 시스템 평가를 통해 모든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대규모 연구동, 극한의 기후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풍동 시설을 둘러보며 상용차 탄생과 미래 기술 발전에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자를 위한 전방위 실험, '상용시스템시험동'
새로운 자동차가 개발 후 양산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매우 많다. 차체의 안전과 내구성은 물론 수많은 차 내 부품이 기후 및 도로 환경, 운전자 특성, 법규 등의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혹독한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 및 성능 조건의 시스템 단위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한다. 현대차·기아의 모든 상용차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한다. 평가 조건은 일부 다르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승용차 시험 연구와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차체·안전 구역에서는 차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로봇시험실에 들어서자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며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시험은 이처럼 필드 조사 결과에 기반해 실제와 비슷한 조건으로 진행한다.

이어 방문한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은 사방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둘러 쌓여 있었다. 자동차 부품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시험실 내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없는 공간이었다. 차에서 발생하는 이음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조건까지 구현이 가능했다.

상용내구시험팀 이진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모빌리티의 발전방향이 전기차와 같이 점점 더 조용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BSR 소음을 평가하는 시험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향과 현가 구역으로 넘어가자 거대한 장비들이 대화가 어려울 정도의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육중한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연신 흔들었고 서스펜션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타이어에 직접 하중을 가하며 로봇이 다양한 방향의 움직임과 회전을 구사할 수 있어 혹독한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가 가능했다.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조향성능내구시험은 24시간 연속으로 진행되지만 주행거리가 승용차 대비 긴 상용차의 특성을 고려해 시험 기간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은 내구성이 뛰어난 우수한 품질의 차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맞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장비는 6축 무빙 기계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마운트를 걸고 실제 주행과 마찬가지로 거세게 흔들며 충격을 주고 있었다. 각종 연료전지시스템 외에도 배터리, 모터, 감속기 등 수소전기 상용차에 장착돼 있는 모든 부품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구동과 제동 구역 다이나모 무향실에서는 유니버스의 브레이크 소음을 평가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브레이크를 개발하기 위해 한달 반의 기간동안 정해진 시험조건에 따라 반복적인 제동시험이 이뤄진다.

여러 설비를 지나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마지막 구역인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입장하자 1만3,000개의 흡음재로 빼곡히 둘러싸인 7.5m 높이의 방음벽이 눈에 들어왔다. NVH 구역에서는 엔진 구동계 소음부터 실내외 소음까지 실제 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했다.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세계 최대·최초로 무장, '상용환경풍동실'
상용차시스템시험동을 나와 버스를 타고 남양 연구소 내 압도적 기술력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상용환경 풍동실로 왔다.

상용환경시험동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전기차, 수소차 등)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더욱이 이 곳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더욱이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

제어실로 입장하자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비치된 환경풍동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를 보여준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풍동실 내부 천장 및 측면에 태양광(Solar)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 마치 화창한 여름날 야외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풍동실 안에 들어가 보니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시험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45℃ 환경에 방치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보통 60℃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상부의 Solar 시스템이 이와 같은 온실효과를 동일하게 재현하여 미국 현지 판매 조건으로 시험을 했다.
[르포]탄탄한 상용차의 미래,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험실에는 400㎾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혹서, 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이 외에 수소차의 효율을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실도로 주행 시험을 위해 1,000마력 다이나모 모터는 물론 세계 현지 모드를 재현할 수 있도록 160인치 모니터로 구성된 도로영상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상황에 맞춘 테스트도 가능하다.

실험실 관계자는 장시간의 시험과 반복 재현성이 필요한 경우 로봇 드라이빙을 이용한 시험도 진행한다고도 설명했다. 로봇은 주행 사이클에 맞춰 자동차를 스스로 운행한다. 로봇을 이용한 평가는 사람의 운전 패턴과 유사한 재현성으로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온 조건 테스트 시연과 함께 유동 가시화 시험을 실제로 지켜볼 수 있었다. 유동 가시화 시험은 풍동 내부에 가스를 분사시켜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함으로써 공력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테스트이다.

환경풍동시험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안전이다. 상용 전기차 및 수소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인 만큼 최첨단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험실 내부 모든 시설물은 수소 방폭 설비로 되어 있다.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감지기(열/연기/불꽃/수소 등)와 자진 소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 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자격도 실차를 시험하는 시험실로는 최초로 획득했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학계/자동차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들을 돌아보며 상용차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미래 상용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도전에 저절로 박수를 보냈다. 기술 혁신과 경쟁력 증가를 통해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도전을 유심히 지켜봐야 겠다.

남양(화성)=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