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등 3개 시군 15㎞ 내 응급의료기관 전무…6개군, 종합병원도 없어
"의대 정원 증원뿐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 없앨 공공의료 논의 확대해야"
33개월 여아 전원 거부 사망…"열악한 지역 의료, 예견된 사고"
충북 보은에서 3세 여아가 상급병원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과 관련, 비수도권 지역 의료계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급 병원으로 전원 조치가 됐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있지만, 해당 지역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나 응급 의료기관이 있어 애초부터 그곳에서 처치를 받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지난 30일 오후 4시 30분께 충북 보은군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옆 1m 깊이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인근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1시간 30여분간의 심폐소생술 등으로 A양의 맥박은 돌아왔고, 병원은 추가 치료를 위해 충청권 등 상급종합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이송을 거부당했다.

그러는 사이 A양은 오후 7시 1분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끝내 사망했다.

전공의 파업,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의료 공백 와중에 터진 사고인 만큼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일 A양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고, 보건당국 역시 사망과 의료 공백의 연관성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A양 사망이 의료 공백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맥박이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사실 심장이 다시 뛴다는 것도 확실치 않은 상태"라며 "소생 가능성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에 40분 정도 걸리는 충북대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양 유족 측도 초기 치료를 받았던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전원 거부에 대해 문제 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3개월 여아 전원 거부 사망…"열악한 지역 의료, 예견된 사고"
하지만 이번 사고가 충북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에 따르면 2022년 보건복지부의 국민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 충북은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50명)가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았고, 인구 1천명당 의사 수(1.57명)는 14위에 그쳤다.

의사 수가 적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도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다.

충북연구원 의료서비스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도내 응급의료기관은 총 21개소다.

유형별로는 권역응급의료센터 1개소, 지역 응급의료센터 5개소, 지역응급 의료기관 9개소, 응급의료기관 외 응급실 운영기관 6개소)이며 이 중 7개소가 청주에 집중됐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보은군을 비롯해 증평·단양군은 15㎞ 이내에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병원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도내 11개 시군 가운데 6개 군(보은·영동·증평·괴산·음성·단양)에는 종합병원도 없다.

이선영 충북자치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농촌 지역의 의료 공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 같은 사태를 자본주의 논리에 맡기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의대 증원뿐 아니라 공공의료 확대 등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상급병원으로 제때 이송됐더라도 A양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필수·응급 의료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는 충북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고"라며 "적절한 규모의 의사를 확보하는 게 충북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