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국민담화에 "해결 방안 없다" 반응…계명대 1학년 수업 거부 성명문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불꺼진 병동…수술실서 사라진 의대교수들
"구체적인 처우 개선이나 해결 방안은 전혀 없고 이제까지 나왔던 통계 나열만 계속 되풀이한 걸로 보입니다.

"
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대구 지역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총선 이후에는 끝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으나 오늘 담화를 보니 (이번 사태가) 최소 1년은 갈 것 같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신입생들은 이날 오전 전공수업 거부를 넘어 교양 수업까지 포함한 "전면 수업 거부"를 한다며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출구 없는 갈등에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이날부터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의결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준법 진료'에 나서겠다고 예고하자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불꺼진 병동…수술실서 사라진 의대교수들
◇ 4월 첫째 날, 법정 근로시간 맞춰 진료 일정 조정
전공의 148명이 자리를 비운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 충북대병원에서는 이날 20여개 병동 중 총 5개 병동의 불이 꺼졌다.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평소보다 약 50% 떨어졌다.

환자들은 혹시라도 이미 예약한 진료와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충북대 의대 교수 200여명 중 8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피로도 누적으로 인해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하기로 했다.

당장 오는 5일부터 일부 과는 외래 진료를 막기로 알려졌다.

전남대 의과대학은 교수 283명 중 20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불꺼진 병동…수술실서 사라진 의대교수들
이날 오후 이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 근무 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전남대병원장은 모든 의과대학 교수에게 '진료 유지 호소문'을 전송한 바 있으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대 의과대학도 이날부터 교수 153명이 24시간 연속 근무를 선 다음 날 주간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외래와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제주대병원 교수들 역시 그간 주 100시간 가까이 근무했으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진료 일정을 수정했다.

병상 가동률은 30%대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부터 "물리적·정신적 한계로 인해 환자의 안전한 진료가 어렵다"며 주 52시간 준법 근로 투쟁과 일부 외래 진료 축소를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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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에서는 정신과와 정형외과 병동 일부 운영이 축소됐다.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은 외래진료는 유지하지만, 이날부터 일반 병동 1개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축소·통합되는 병동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4일까지 내과 의국에 마련된 사직서 함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며,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도 일부 교수진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잇따르는 모양새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은 소속 교수 일부가 이날 자로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며 병원 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몇몇 진료과의 경우 예정돼 있던 외래 진료 일정이 뒤로 미뤄진 상황이다.

병원 측은 한동안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접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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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들이 오늘부터 외래 진료를 조금씩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환자를 받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며 기존에 내원하던 환자들 위주로 진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이 병원의 입원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 또한 기존의 30∼50%가량 줄어든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응급,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중심으로 근무 중인 의료진을 투입 중이다.

수원시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이하 비대위)도 내부 공지 등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를 권고했다.

비대위는 지난 25일부터 교수 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으나 제출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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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도 누적됐지만…"환자 곁 떠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국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준법 투쟁 의결에도 많은 의과대학 교수는 실제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대병원 역시 주 52시간 준법 투쟁에 나선다고 예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외래진료나 수술을 여러달 전부터 예약했던 환자들이 계속 진료받을 경우 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예상됐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일부 진료과에서는 신규 환자는 받지 않고 있다.

진료과 30여개 가운데 진료과 6∼7개는 신규 환자를 아예 받고 있지 않으며, 또 다른 6∼7개 과는 부분적으로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집행부에서도 의사들에게 본인 건강을 고려해 스케줄을 조정하라고 당부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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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의 한 교수는 "수술 건수와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지만 남아 있는 환자가 모두 중환자이기 때문에 격무는 여전하다"며 "일부 교수가 사직서를 내기도 했지만, 현장을 이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역시 주 52시간 근무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최근 전공의 집단 이탈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견문에서 "의대 교수는 슈퍼맨이 아니다"라며 "모든 직장에서 과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사업주가 처벌받지만, 의료계에서만 예외로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경상국립대도 진료과별로 52시간 돌입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현재 52시간 돌입에 대비해 상시 대기가 필요한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다른 과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과별 조율 등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뿐 아직 52시간제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현재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당장 52시간제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른 과 외래환자는 줄이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주요 대학병원도 아직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불꺼진 병동…수술실서 사라진 의대교수들
인하대 의대 교수회에 따르면 의대 교수 203명 중 66명(32.5%)이 지난달 29일까지 교수회에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날부터 근무 시간이나 진료·수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전공의 이탈에 따라 의대 교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단계라 병원 측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 예약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고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다만 교수들이 당직 후 수술을 하는 등 계속된 업무 부담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라 대책을 마련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에서도 이날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 1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40명 가운데 471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전공의는 365명이다.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불꺼진 병동…수술실서 사라진 의대교수들
병원별 사직 전공의 수는 길병원이 17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인하대병원 152명, 인천성모병원 72명, 국제성모병원 42명 등이다.

전임의 역시 계약 대상인 68명 중 26명만 계약을 완료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태 초기 80%대였던 인천 상급종합병원 3곳의 병상 가동률은 57%로 떨어졌다.

종합병원 15곳의 병상 가동률은 78.1%, 공공의료기관 5곳은 61.4% 수준을 보인다.

울산대학교병원도 아직 별다른 진료 시간 조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진료 시간 축소에 대한 논의는 내부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박주영 형민우 나보배 김솔 장지현 박정헌 강태현 홍현기 백나용 천경환 박성제 김선형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