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사진=로이터
조선주가 실적 회복 기대감에 따라 상승세를 보이다가 미국 볼티모어항 폐쇄로 이어진 선박 사고로 꺾였다. 사고 선박이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됐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조선소의 선박 보증 기간이 끝난 만큼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월 25~29일) 한주동안 HD한국조선해양은 5.96% 하락해 11만8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5.68%), 현대미포조선(-6.78%), 한화오션(-10.10%), 삼성중공업(5.73%)도 약세였다.

주초부터 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7일 미국 볼티모어항이 선박과 교량의 충돌 사고로 인해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충돌 사고 원인이 선박의 동력 계통 이상으로 지목됐고, 사고 선박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5년 인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고선박 건조사, HD현대중공업 주가↓…“보증기간 지나, 최근 무리한 운항”

특히 사고 선박의 엔진도 HD현대중공업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을 담당하는 메인엔진은 독일 만(MAN)사의 라이선스로 HD현대중공업이 제작한 디젤엔진이다. 선박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보기엔진은 HD현대중공업의 자체 브랜드인 힘쎈엔진이라는 것이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사고 선박의 보증기간이 한참 지난 데다, 중국 조선소에서 선박 엔진계통 개조가 이뤄진 뒤 무리한 운항을 최근까지 무리한 운항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변 연구원은 “향후 정밀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이 동력계통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엔진 제작사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보증이 끝난 선박의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선주”라고 설명했다. 보통 신조선박의 보증기간은 인도 후 1년으로, 해당 선박은 보증기간을 훌쩍 넘겼다. 다만 엔진 유지·보수(MRO) 사업도 하는 HD현대중공업이 사후관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진=HD현대중공업
사진=HD현대중공업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에 등재된 사고 선박의 운항기록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까지 비슷한 선박 대비 운항거리가 19.8% 많았았다. 기항 1회당 운항거리는 48.1% 많았을 정도로 가혹 조건의 운항을 지속해왔다고 하이투자증권은 전했다. 때문에 변 연구원은 “(사고선박의) 운항을 요구한 용선주, 검사 기관인 선급, 항만청 등 다양한 기관의 관리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리멸렬한 분쟁이 시작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오염 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제조사 책임은 더더욱 없다”며 “사고원인 조사 경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주, 수주 모멘텀에 친환경發 신성장동력 '호재'

상승세가 꺾인 주가와 달리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봄날’이다. 수주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 운송 분야의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커지는 중이다.

우선 2022년부터 제기돼온 신조선박 수주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의 현실화는 조금 더 미뤄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가스전 개발 사업이 추진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초대형유조선(VLCC) 발주까지 한국 조선소로 밀려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는 최근 알래스카 LNG 사업 의사를 밝혔다”며 “LNG 개발 산업의 피크아웃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LNG운반선 건조 분야는 한국 조선업계가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 여기에 중국의 VLCC 건조 슬롯 부족으로 납기가 4년까지 늘어나면서 한국 조선소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 연구원은 “보통 탱커(화석연료 및 화학제품 운반선) 선주는 원자재 가격 변화와 급격한 시황 변동 때문에 장기 납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은 조선 섹터에 중장기적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최근 종료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제8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는 탄소 배출 전혀 배출하지 않는 ‘넷제로(Net-Zero)’ 추진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합의됐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사 분야 친환경 규제는 선진국과 신흥국, 무역 의존도의 크기, 환경 민감도 등에 따라 의견이 흩어지기에, 큰 클의 협의가 순항하고 있다는 점도 소득”이라며 “우리 조선섹터엔 △선박의 친환경 전환 △유지보수 시장 확대 등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