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경쟁 자금 24조원 확보"…中전문가 "샤오미, 돈 많이 드는 R&D는 안 할듯"
中전기차 가격전쟁 불 지핀 샤오미…경쟁 브랜드들 속속 인하
중국 샤오미가 28일 내놓은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중국명 '쑤치')가 이미 '가격 전쟁'이 한창인 중국 전기차 시장에 불을 붙였다.

3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샤오미자동차는 SU7을 21만5천900위안(약 4천만원)과 29만9천900위안(약 5천600만원) 두 가지 가격대로 출시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신차 발표회에서 SU7의 성능을 테슬라 모델S와 비교해 설명했지만, 현재로선 샤오미와 테슬라의 잠재 고객군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 경쟁자는 우선 중국 브랜드들이다.

샤오미는 작년 12월 첫 기술 발표회를 앞두고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주요 대도시 빌딩 외벽에 비야디(比亞迪·BYD), 니오(NIO), 샤오펑(XPeng), 리샹, 화웨이 등 경쟁사에 경의를 표하는 광고를 내걸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레이쥔 CEO가 직접 투자한 바 있는 니오자동차는 SU7 발표에 맞춰 35만위안(약 6천500만원)이 넘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의 시작 가격을 배터리 대여 프로그램으로 25만8천위안(약 4천800만원)으로 낮췄다.

샤오펑의 경우 모델 P7이 샤오미 SU7과 가격대에서 겹친다.

P7은 샤오펑자동차가 전기차 영역에 뛰어들며 2019년 내놓은 초기작으로, 샤오미 SU7이 디자인적으로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은 포르쉐 스타일을 먼저 차용한 차량이기도 하다.

샤오펑자동차는 SU7 출시 나흘 전 P7i 모델의 최상위 버전 가격을 28만9천900위안(약 5천400만원)에서 24만9천900위안(약 4천600만원)으로 인하했다.

한 중국 자동차 업계 분석가는 "단기적으로 샤오미의 지능형 주행이 여전히 샤오펑을 따라가야겠지만, 현재 환경에서는 '가성비'가 지능형 주행 능력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오미가 우선 낮은 가격에 공격적으로 차량을 보급하면 애플처럼 이미 두꺼운 팬층으로 나름의 폐쇄적 생태계를 형성한 자사의 다른 하드웨어들과 결합할 수 있고, 이는 화웨이를 포함한 어떤 경쟁자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다.

샤오미 전기차의 초기 사용자 대다수는 싼 가격에 널리 퍼진 다른 샤오미 하드웨어 이용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레이쥔 CEO는 확보된 두둑한 '실탄'으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SU7을 출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가격 전쟁이 휴대폰 업계보다 더 격렬한가.

샤오미는 크든작든 '경쟁의 왕'(卷王)이다"라며 "우리는 첫날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고, 지금 있는 300∼400곳의 신에너지차 기업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5∼8곳을 본다"고 말했다.

레이 CEO는 또 "우리는 첫날부터 사지에 몰렸고, 모든 일을 10배의 투입(투자 혹은 노력)으로 해낼 것"이라며 샤오미가 2023년 연구개발(R&D)에 240억위안(약 4조5천억원)을 썼고, 앞으로 5년 동안 경쟁에 대처할 현금이 1천300억위안(약 24조원) 넘게 준비돼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샤오미가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제조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초기 비용에 실패 위험 부담까지 있는 연구·개발(R&D)보다는 '돈이 덜 드는' 가격 전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우등생'이 되길 희망하지, 꼭 '1등'이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등생이 1등이 되려면 R&D에 엄청나게 많은 투입을 해야 하는데, 우등생만 한다면 브랜드와 이용자 이점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