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이란까지 언론 탄압 급증…우크라 전쟁 이래 가속화"
권위주의 국가 언론 압박 커졌다…"전세계 기자 수감자 520여명"
러시아부터 이란까지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감돼 있는 언론인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언론 탄압이 급증하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택연금 하에 있는 수십명을 포함해 520명이 넘는 언론인이 투옥돼있다.

이는 사상 최다 수준에 속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투옥 위협 등으로 다수의 언론인이 망명했고, 당국이 독립적 매체들을 금지하면서 문을 닫거나 해외에서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 러시아 같은 국가에서는 언론의 보도 방식을 제한하는 검열법도 도입했다.

WSJ이 국경없는기자회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언론에 위험한 곳 중 하나로, 30명에 가까운 언론인이 러시아 감옥에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보다 많은 것이다.

러시아보다 그 수가 많은 국가는 중국, 미얀마, 벨라루스, 이스라엘, 베트남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언론인 수감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감옥에 있다.

다수는 2014년 시작된 중국 당국의 신장 자치구 탄압 과정에서 구금됐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서도 독립 언론에 더 큰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벨라루스는 41명, 이란은 20명을 투옥하고 있고 키르기스스탄은 올해 11명을 체포했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쿠데타로 군사 정권이 들어선 이래 기자 수십명이 수감됐으며, 베트남 당국이 감옥에 가둔 언론인은 현재 35명이다.

수감된 언론인들이 받는 혐의는 간첩 행위, 선동, 잘못된 정보 유포, 테러 등 다양하다.

이를 두고 반대 의견을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당국의 범법 행위를 폭로한 기자들을 처벌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정학적 이유로 구금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자국에서 승인을 받고 취재 활동을 하던 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간첩 혐의'를 구실로 내세워 구금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기자 본인과 WSJ, 미국 정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은 1년째 그를 가두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독일에 수감된 러시아 요원과의 포로 교환이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국가 언론 압박 커졌다…"전세계 기자 수감자 520여명"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기자 수십명을 구금했으며 현재는 35명의 언론인을 구금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들이 체포된 이유는 기록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 당국도 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앞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을 취재하던 언론인 21명을 살해했으며, 자체 조사 결과 그중 7명은 명백히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됐거나 언론인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지에서 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이 전쟁범죄에 희생되고 있다며 관련 사건을 지난해 말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개전 이래 가자지구에서 최소 83명의 언론인이 숨졌으며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들의 죽음이 보도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2022년 11명, 지난해 4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멕시코의 경우 마약, 폭력 범죄 조직은 물론 현지 당국자들에게서 폭력을 동원한 보복을 당하곤 한다.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비교정치 분석 기구인 민주주의다양성기관(V-DEM)의 연구원 마리나 노르드는 "지난 10년간 언론의 자유가 축소된 국가 수가 세 배가 됐다"면서 "이는 우려스러운 추세다.

왜냐면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은 다른 민주주의의 자유가 위험에 처했다는 강력한 징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