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가지안테프 지역사무소장 "일상 회복까지 많은 시간 걸릴 것"
지진 발생 1년여…"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컨테이너 생활중"
[인터뷰] "튀르키예 지진 관심 점차 줄어…고통받는 아이들 잊히지 않길"
"지진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어요.

이 정도 규모 재난의 피해에서 회복하려면 정말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
2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의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지역 사무소에서 만난 필리포 마차렐리(44) 소장은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전히 전 세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2월 6일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은 가지안테프를 비롯한 11개 주 주민들의 삶을 망가뜨렸다.

5만명 이상이 죽고 10만명 이상이 다쳤으며 지진 직후 27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까지도 90만명 이상은 여전히 컨테이너 등 임시 거처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차렐리 소장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은 1천억달러(약 134조 5천억원), 지난해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9%에 이르는 금액으로 추정된다"며 "주거지역은 물론 병원, 학교 등 공공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소상공인들의 가게 등이 모두 무너졌다.

주민들은 가진 것을 모두 잃었고 큰 트라우마도 얻었다"고 전했다.

지진이 일어난 뒤 국제사회는 앞다퉈 튀르키예에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와 유니세프를 비롯한 비정부기구(NGO) 등이 인명 구조에 나섰고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임시 거처 등을 제공했다.

유니세프는 또 튀르키예 정부와 협력해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임시 학교를 세우고 훼손된 학교를 재건하기도 했다.

[인터뷰] "튀르키예 지진 관심 점차 줄어…고통받는 아이들 잊히지 않길"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후원자들도 지금까지 약 110억원을 모아 튀르키예 구호 활동에 힘을 보탰다.

이중 90억원은 지진 발생 후 약 한 달 만에 모금됐다.

마차렐리 소장은 "한국 후원자들의 지원은 지진 피해 긴급구호 활동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빨리 마음을 모아준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온전한 일상 회복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무너진 시설들을 재건하는 것은 물론 150만여명의 어린이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해 온 심리치료를 더 많은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마차렐리 소장은 "교육의 경우 천천히 일상화되고 있지만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진 당시에는 일단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살아남은 뒤에 트라우마가 발현되고 있다.

수면장애나 극도의 슬픔, 우울증, 나아가 자살 시도 등 다양한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컨테이너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언제 일상이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쉽게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중요하고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진 발생 1년여가 지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세프는 올해 목표로 한 지진 피해 복구 지원 활동을 위해 1억1천600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차렐리 소장은 "자연재해는 발생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만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고 다른 인도주의적 상황도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잊힐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 지진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고 회복 단계의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관심과 기금이 필요하다"며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의 가족과 어린이들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인터뷰] "튀르키예 지진 관심 점차 줄어…고통받는 아이들 잊히지 않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