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0.1%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자 2016년 1월부터 유지해온 ‘마이너스금리’를 8년 만에 폐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서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펴는 나라는 이제 지구상에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日, 마이너스금리 8년 만에 폐기

마이너스금리는 말 그대로 금리가 0% 아래인 상태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많이 맡긴 시중은행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대가를 낸다는 얘기다. 은행들로 하여금 돈을 가계와 기업에 적극 공급하도록 유도해 경기부양을 노리는 정책이다.

마이너스금리의 시초는 2012년 덴마크 중앙은행이었다. 2014년 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ECB), 2015년 스웨덴 등이 뒤를 따랐다. 이들 중앙은행은 2022년 하반기까지 마이너스금리에서 하나씩 벗어났고 일본만 남아 있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마이너스금리와 같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이후 2%를 넘어섰고, 실질임금도 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질적 문제이던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이 끝났다고 보고 ‘돈 풀기’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물론 일본 기준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래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연 5.25~5.5%, 유럽은 연 4.5%, 한국은 연 3.5%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종종 있어도 명목금리가 마이너스인 것은 과거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저성장 국면에서 등장한 ‘파격 실험’인 만큼 부작용도 불가피했다. ECB가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뒤 5년 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롬,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최소 30% 이상 뛰었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린 탓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예금과 연금 수입에 의존하는 고령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럽서 ‘집값 폭등’ 부작용 유발하기도

이날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와 함께 동원했던 다른 돈 풀기 정책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국채를 무제한 사들여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끝내기로 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오랜 기간 이어진 완화적 정책은 디플레이션 극복과 증시 부양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본 경제가 완전한 회복에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