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일본 작가 모리 유코의 설치 작품 ‘I/O(2011-2023)’.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지난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일본 작가 모리 유코의 설치 작품 ‘I/O(2011-2023)’.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미술계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다. 비엔날레는 원래 ‘격년마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하지만 1895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축제로 성공한 이후 ‘참신하고 도발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을 내보이는 격년제 국제미술전’이라는 뜻이 추가됐다. 이후 미국의 휘트니비엔날레(1932년)와 브라질의 상파울루비엔날레(1951년) 등이 창설돼 권위 있는 미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도 그 뒤를 따랐다. 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163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곧바로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뒤따라 비엔날레를 창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광주비엔날레의 최전성기는 1회였다. 이후 관객 수가 점차 줄더니 최근 10년 동안에는 20만~30만 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쇠퇴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비엔날레 난립’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수는 20개가 넘는다.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작가 및 큐레이터 인력과 역량은 한정돼 있는데 행사는 수십 개로 나뉘어 열리니 전시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비엔날레가 지역 생활미술 축제 수준”이라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이런 현상은 지자체장들이 비엔날레를 통한 ‘지역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면서 생겨났다. 김영호 중앙대 미술학부 명예교수는 “광주비엔날레부터가 지방자치제 시작과 함께 출발한 행사”라며 “지자체장 입장에서 비엔날레는 보기도 좋고 지역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는 데다 사람들을 결집하는 효과도 있는 대형 행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탓에 비엔날레의 평균적인 수준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목/성수영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