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벤츠 매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벤츠 매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30% 넘는 신차 판매 시장점유율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5년간 하락세를 타고 있다. 벤츠가 주춤하는 사이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온 경쟁사 BMW는 올해 들어선 수입차 신차 판매 점유율 30% 고지를 넘어섰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1~2월 6523대를 판매해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2.3%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 대수가 2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BMW는 1만419대를 팔아 35.5%의 점유율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수입차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판매 대수는 1년 전보다 16.4% 줄었지만 점유율은 2.5%포인트 가량 늘었다.

BMW는 2019년만 해도 18% 점유율에 그쳤지만 △2020년 21.2% △2021년 23.8% △2022년 27.7% △2023년 28.6%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BMW 관계자는 "프리미엄 세단 뉴 5시리즈의 인기와 함께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순수 전기차 등이 고르게 판매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올해 BMW 뉴 5시리즈가 견인하고 있다. 5시리즈는 3286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8년 만인 지난해 수입차 왕좌를 탈환한 BMW는 올해도 '1위 수성'을 목표로 잡았다.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이사는 "전 세계 최초로 뉴 5시리즈를 출시할 정도로 BMW 그룹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뉴 5시리즈는 상품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차"라고 강조했다.

벤츠는 2019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31.9%의 점유율로 당시 2위 BMW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20%대로 점유율이 떨어졌고 올해 들어선 BMW에게 10%포인트 넘는 점유율 격차로 뒤지고 있다.

여기에는 벤츠 라인업 가운데 최고 인기 차종인 대표 세단 '신형 E클래스' 판매가 예상보다 원활하지 않은 탓이 크다. 벤츠는 올 초 11세대 E클래스를 출시했으나 홍해 물류대란 여파 등으로 인해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1~2월 누적 판매량(1604대)이 BMW 5시리즈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형 E클래스 수급 문제가 해결되면 올해도 연말까지 벤츠와 BMW의 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 시장에서 '독일 3사'로 묶인 아우디 판매량이 줄면서 이들 두 회사의 양강 구도가 한층 굳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수입차 브랜드들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시장 상황상 다양한 외부 요인이 있어 지금까지의 수치만으로 올 한 해 상황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은 BMW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