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에 탑재된 티맵. /BMW코리아 제공
BMW 차량에 탑재된 티맵. /BMW코리아 제공
수입차 구매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내비게이션’이다. 한국 지형에 맞지 않고, 업데이트도 불편하다. 신호등과 카메라 위치까지 파악한 국산차의 자체 내비와 비교하면 수입차를 사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런 수입차 ‘내비 장벽’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볼보와 랜드로버, 지프 등에 이어 국내 수입차 2강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포르쉐도 티맵모빌리티의 차량용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를 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충전소도 고려해 안내

더 뉴 E클래스 인테리어. /벤츠코리아 제공
더 뉴 E클래스 인테리어. /벤츠코리아 제공
BMW그룹코리아는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 모델에 티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BMW는 2019년부터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해왔다.

이 내비게이션은 지도 정보가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돼 별도로 지도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경로 안내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연동된다. 전기차는 목적지와 차량 배터리 잔량, 충전소 정보, 교통 상황 등을 모두 반영해 최적 경로를 안내한다. 충전소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배터리 자동 예열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새 내비게이션은 BMW X1과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시작으로 올 2분기 출시 예정인 BMW 뉴 X2와 뉴 MINI 모델에도 적용된다.

벤츠도 지난 1월 신형 E클래스를 선보이면서 올해 국내 출시 차량에 티맵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겠다고 했다. 우선 기본 순정 내비게이션에 티맵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고, 하반기부터는 티맵 오토를 기본 적용한다. 벤츠는 신형 E클래스를 시작으로 적용 차량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입차 ‘내비 한국화’ 속도

볼보 인포테인먼트의 티맵.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 인포테인먼트의 티맵.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은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 요소였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차주의 스마트폰 연동 비율은 36%로, 국산차 차주(17%)의 두 배를 웃돌았다. 순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는 비율도 수입차 차주가 54%로 국산차 차주(73%)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유는 내비게이션 성능 차이다. 수입차가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은 국내 도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길 안내는커녕 주소 검색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티맵을 쓸 수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잦았다.

볼보는 일찌감치 이 문제를 해결해 수입차 시장에서 단숨에 존재감을 키웠다. 2021년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3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티맵 내비게이션이 내장된 통합형 차량 인포테인먼트를 개발했다. 수입차도 ‘순정 내비’로 편안하게 운행할 수 있게 하자 소비자 호응이 따랐다. 볼보는 지난해 역성장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1만7018대)을 1년 새 18% 늘리며 4위로 올라섰다. 볼보와 지리자동차의 합작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티맵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하고 있다.

티맵은 국내 가입자 수 2000만 명이 넘는 국내 대표 내비게이션 앱이다. 실시간 교통 정보와 단속 카메라, 신호등 정보까지 반영한 길 안내와 정확도 높은 인공지능 음성 인식 기능 등을 제공한다.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포르쉐도 티맵모빌리티와 협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