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저축은행이 9년 만에 적자 늪에 빠지면서 무더기 영업정지로 이어진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지난 21일 설명회를 열어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자 비용·충당금 급증

지난해 저축은행의 손실이 커진 것은 이자 비용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금융권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저축은행 이자 비용은 전년(2조9177억원) 대비 83.4% 폭증한 5조3508억원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에 따른 직격탄도 맞았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PF 대출이 포함된 기업대출 연체율이 같은 기간 2.90%에서 8.02%로 세 배가량으로 폭등한 영향이 컸다.
'충당금 덫'에 걸린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
저축은행이 PF 대출의 예상 손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3조8731억원으로 전년(2조5731억원) 대비 50.5%(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고 압박하면서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41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낸 상당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 요구를 반영하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당국 “유동성 지원책도 마련”

저축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위기감을 경계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사전 설명회까지 열었다. 금융권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저축은행은 최근 3~4년간 매년 2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인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은 25.1%에 달했다. 전체 여신 가운데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로, 과거(27.0%)와 비교하면 4분의 1가량으로 낮다.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4%로 과거 사태 당시(1.1%)뿐 아니라 안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8%를 웃돈다. 박 부원장보는 “7월부터는 저축은행이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대상으로 추가되는 등 유동성 지원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살얼음판 계속될 듯

하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발(發) 살얼음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업권의 수익성과 건전성도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순이익은 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5573억원) 대비 20분의 1토막 났다. 연체율은 5.07%로, 전년 대비 1.48%포인트 상승했다. 신협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95.6% 줄어든 251억원이었다.

조미현/서형교/최해련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