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한제 아파트는 '청약불패'…지방 및 일부 수도권은 '청약미달'
4월 총선 이후 분양 봇물…업계 미분양 우려에 청약 일정 고심

최근 신규 아파트 공사비와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공급이 많은 곳은 개발 호재에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반면, 입지가 양호한 희소성 있는 단지에는 최고 분양가에도 초기 계약률이 100%에 육박하는 등 시장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서미숙의 집수다] "싸고 입지 좋은 곳만 산다"…연초 청약시장 양극화 심화
◇ 올해 분양단지 절반 청약률 1대 1 못미쳐…양극화 심화
19일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접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3월 현재까지 분양된 전국의 아파트 71개 단지 가운데 48%인 34개 단지는 청약경쟁률이 평균 1대 1에 못미쳤다.

연초 주택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울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울산 남구 신정동 '힐스테이트문수로센트럴'은 이달 초 559가구 일반분양에서 52명만 신청해 전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는 2022년에도 청약에 실패하고 미분양도 판매가 저조하자 지난해 분양승인을 취소했다가 이번에 재분양에 나섰지만 역시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단일로 분양가가 이 지역 최고가인 9억2천만원 선이다.

인근에서 올해 초 분양한 '문수로 아르티스'와 최고 분양가가 비슷하지만, 지난해 분양한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나 '문수로 롯데캐슬 그랑파르크' 등에 비하면 분양가가 최대 1억5천만원 이상 높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울산지역이 주택시장 침체와 미분양으로 어려운데, 분양가도 높다 보니 청약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반도체 특수와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호재를 누리고 있는 경기 평택시에서도 이달 들어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13일 청약을 받은 평택시 가재동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는 1천158가구 일반분양에 불과 376명이 신청했다.

이에 앞서 이달 7∼11일 평택시 현덕면에서 분양한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도 832가구 공급에 105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또 이달 11∼13일 인천 연수구 송도11구역에서 분양한 '송도자이풍경채그라노블' 1∼5단지도 청약 미달을 면치 못했다.

전체 2천506가구가 일반분양된 가운데 1단지(370가구)와 5단지(551가구)만 모집가구 수를 채웠고 2∼4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최고 8억8천만원대로, 당첨자 발표일을 2개로 쪼개 2개 단지에 중복 청약도 가능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입주가 시작된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 3차'(1천100가구) 전용 84㎡ 분양권 가격이 7억7천만원 선이고 일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오는 등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청약열기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공사비가 급등하며 작년부터 '지금이 가장 싸다'는 불안감에 청약시장이 반짝 호조를 보이는 듯했지만,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청약 미달 단지가 늘고 있다"며 "이런 곳들은 계약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분양가 경쟁력이 있거나 대기 수요가 많은 인기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역은 일단 '청약 불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메이플자이'는 총 81가구 일반분양에 3만5천828명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평균 442.32대 1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3.3㎡당 6천831만원으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 중 최고가였지만, 강남권 대단지인 데다 주변 시세보다는 분양가가 싸다는 점이 주효했다.

또 이달 초 분양한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유보라'는 57가구 일반분양에 평균 124.37대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달 11∼13일 청약한 강동구 둔촌동 '더샵둔촌포레'는 둔촌 현대1차 리모델링 단지임에도 47가구 일반분양에 총 4천37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93대 1에 달했다.

수도권도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에는 청약자가 몰린다.

지난달 청약받은 수원시 영통구 '영통자이센트럴파크'는 지난주까지 예비당첨자 계약을 마친 결과 전체 580가구 중 청약 부적격 물량 17가구만 남아 초기 계약률이 97%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영통지역에서 9년 만에 분양되는 신규 아파트로, 단일 주택형인 전용 84㎡의 분양가가 10억원(최고 10억4천만원)이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현재 인근에 소형 구축아파트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6억원대, 수원에서 시세가 높은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전용 84㎡가 9억원 초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달 특별공급을 제외한 368가구 청약에서 5천15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3.63대 1을 기록했고, 앞서 특별공급도 200명 넘는 청약자가 몰려 관심을 끌었다.

분양회사인 내외주건 김정아 대표는 "수인분당선 영통역이 걸어서 7분 거리에 있고 학군·편의시설이 뛰어나며 인근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등이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최근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데 입지여건이 좋은 신축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부각되며 수요가 뒷받침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미숙의 집수다] "싸고 입지 좋은 곳만 산다"…연초 청약시장 양극화 심화
◇ 총선 이후 분양 본격화…고분양가에 미분양 우려도 커져
건설사들은 일단 이달 중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개편이 끝나는 대로 신규 분양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되는 곳만 되는' 쏠림 현상 때문에 지역별로 분양 시기 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분양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곳에선 청약 개시와 동시에 미분양으로 남아 건설사 등 사업주체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다음 달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2만4천425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물량이 모두 실제 분양에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홍보 효과 등을 고려해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사비,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분양가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2월 말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천787만4천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18%나 상승했다.

전국 평균으로도 3.3㎡당 1천773만9천원으로 1년 전 대비 13.50% 올랐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1월 말 기준 총 6만3천755가구로, 총선 이후 분양이 본격화하면 10만가구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정부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현장에 대한 정리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분양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고분양가 단지가 늘고 있어 분양 아파트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에만 션별적으로 청약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