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 단지 앞에 변전소 있는거 알고 청약하시는거죠?", "제가 여기 가봤는데요, 완전 언덕에 입지도 별로에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엄청 비싸네요. 이거 팔리기나 하겠어요?"(올해 분양을 진행한 단지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

부동산 용어 중에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역세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파생돼 숲이 가까이 있으면 '숲세권', 슬리퍼를 신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면 ‘슬세권’ 등으로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곳에 무언가 있을 때 쉽게 부르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죠.

그렇다면 '욕세권'은 무엇일까요. 예전엔 분양 단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을 뿐더러 예비 청약자들끼리 토론을 벌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각종 부동산 앱(응용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분양 단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고갑니다. 욕세권은 부정적인 의견(욕)이 많이 지적된 단지를 말합니다.

최근에도 욕세권 단지가 여럿 나왔습니다. 먼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입니다. 기존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해서 짓는 단지입니다. 예비 청약자들은 단지 인근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저층 상가도 많고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빌라촌’에 들어선다는 게 청약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한 은행에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은행에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반 분양 물량으로 나온 동의 방향이 나쁘다는 점도 불만사항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있는 주택은 대부분은 남향에 사는데, 일반 분양 동은 대지 가장자리에 새로 지으면서 동향이 많습니다. 또 발코니 확장비가 최고 3100만원을 넘어 비싸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됐죠.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들어서는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단지는 분당 핵심 지역이 아닌 동북쪽 외곽에 들어선다는 이유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는 예비 청약자가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수인분당선 야탑역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15분은 타야합니다. 걸어서는 50분이나 걸려 도보로는 사실상 이용이 어렵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단지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단지 동남쪽으로 약 800m 거리에 납골당(분당메모리얼파크)이 있고, 북동쪽으로 180m 떨어진 곳엔 성남변전소도 있습니다. 공고문에도 "청약, 계약 전 현장을 방문해 관련 시설을 확인해야 한다"며 "미확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주체 또는 시공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써있습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예비 청약자들의 말이 나왔던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서 들어설 예정인 ‘영통자이 센트럴파크’입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9억2670만~10억4030만원에 책정됐습니다.

단지와 가까운 원천동 ‘영흥숲푸르지오파크비엔’ 전용 84㎡가 지난해 중순 8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수억원 비싼 가격에 나오면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나왔던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 9억7600만원,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 10억9900만원 등을 고려하면 서울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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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비 청약자들의 부정적 의견을 한몸에 받은 단지들. 청약에서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더샵 둔촌포레는 4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총 4374명이 몰려 평균 93.06대 1로 마감했습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특별공급도 22가구(기관 추천분 제외) 모집에 580명이 접수해 평균 26.36대 1의 경쟁률이 나왔습니다.

금호어울림 그린파크도 7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특별공급 제외)에 289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9.2대 1이 나왔고, 영통자이 센트럴파크도 1순위 청약 결과 36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442명이 접수해 평균 12.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최근 시장이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을 거둔 셈입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욕세권' 단지 중에 청약이 흥행한 곳이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파크 포레온'(둔촌주공)도 소위 ‘안티’들이 굉장히 많지 않았느냐"며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뜻은 그만큼 해당 단지에 청약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좋은 내용들이 여럿 언급된다는 것은 분명히 약점이 많다는 얘기"라면서 "당장 청약을 받아 이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예비 청약자라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