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다영
사진=지다영
홍콩을 향한 기다림은 유난히 길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국경을 열기 시작한 여느 나라들과 다르게, 홍콩은 오랜 기간 PCR 검사, 격리 기간 등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고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오랜 기다림 끝에 홍콩이 두 팔 벌려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홍콩관광청 김윤호 한국지사장은 “설렘만큼 긴장이 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기간 중 지사장으로 취임한 까닭에 이제야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선 까닭이다. 그러나 그사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깊어진 홍콩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오가지 못하는 동안 홍콩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나.

우선 15년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 끝에 서구룡 문화지구가 완성됐다. 아시아의 예술·문화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영국 테이트모던을 능가한다고 평가받는 엠플러스 뮤지엄, 중국 예술·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고궁박물관이 들어섰다. 아트와 쇼핑을 접목한 복합문화공간 K11 뮤제아도 주목할 만하다. 공간부터 예술적인 디자인을 자랑하고, 70여 개 이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도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신데렐라성도 새 단장해 탑을 높였다. 전 세계 디즈니랜드 중에서 처음으로 안나와 엘사가 사는 겨울왕국 테마랜드도 11월에 개장한다. 또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홍콩 오션파크 역시 워터월드라는 새로운 시설을 갖췄고, 친환경을 테마로 한 플로팅 호텔이 문을 열었다. 가족친화적인 시설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깊어진 홍콩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때는 바로 지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관광객 수는 어느 정도 회복했나.

2019년도의 수치와 비교하면 현재 관광산업의 회복도는 84% 정도다. 한국 시장에 대한 수치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굉장히 건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자유롭게 홍콩을 방문하게 된 것은 올해 3월부터로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다. 많은 항공편이 재취항을 시작했고, 현재 인천·부산·제주에서 하루에 20여 편의 항공기가 홍콩으로 향한다. 11월부터 항공편이 대폭 증편될 예정이어서 더욱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서두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건강하게 회복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관광객 숫자 등 수치를 중시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측면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홍콩을 방문한 분들이 홍콩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그곳만의 감성, 로컬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것인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성향과 니즈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짧고 굵게, 주요 명소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것이 대세였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현지의 진정한 모습을 만나고 경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 새로운 캠페인 ‘헬로 홍콩 2.0’이다. 앞서 진행한 ‘헬로 홍콩 1.0’은 이제 홍콩이 다시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번 ‘2.0’은 특별하고 잊히지 않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여행지로서 홍콩의 진정한 매력을 소개하는 캠페인이다.

최근 백종원, 풍자 등 방송인들과 협업해 다양한 채널에서 홍콩을 소개했다. 그 효과는.

홍콩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자 최근 방송, 유튜브 등 많은 채널과 협업을 진행했다. 백종원, 풍자 씨는 유튜브를 통해 홍콩의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했는데 각각 누적 조회수가 1000만, 250만 회를 달성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고, 다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현지인들도 ‘홍콩에 이런 곳이 있었느냐’는 반응을 보여 재미있었다.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여행자 집단은 누구인가.

홍콩을 찾는 여행자를 분석하면 43% 정도가 2030, MZ세대다. 이들의 여행 스타일은 여느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특색 있고 레트로한 감성을 담은 자신만의 스폿을 발굴한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확산한다. 이들은 특별하고 차별화된, 또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초개인화된 여행을 선호한다.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은 이들에게 최적화된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다양한 계층의 홍콩 방문을 이끌 전략은.

관광청에서는 폭넓은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 테마를 발굴하고 여행사와 협업해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생 맛집, 나이트 라이프, 인생샷, 럭셔리 등 주제를 세부적으로 나눴다. 또, 코로나19 이후 한 가지 감지된 여행 트렌드는 가족 단위 여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도록 디즈니랜드, 오션파크 등을 비롯해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스폿을
조명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매력이 있다면.

홍콩 면적의 70% 이상은 녹지다. 자연 속에서의 힐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가을, 겨울에도 날이 선선해 트레킹이나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에 좋다.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숙소도 있다. 섬과 어촌 투어도 추천하고 싶다. 배우 주윤발의 고향인 라마섬에서는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깊어진 홍콩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때는 바로 지금"
요즘 한국 관광객이 가까운 지역으로 활발히 여행을 떠나고 있다.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홍콩의 장점은.

홍콩은 국제 도시다.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미식·건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건축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수백 개의 빌딩 중 똑같은 디자인의 건축물이 없다.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독보적인 이유다. ‘플렉스’를 즐기고 싶다면 럭셔리 호텔이나 미쉐린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된다. 무엇보다 홍콩의 장점은 가까운 거리 안에서 이 모든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낮에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다가도 저녁에는 도심에서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짧은 일정으로 홍콩을 찾는 출장객도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김윤호 지사장 추천! 필수 방문 스폿

템플 야시장
홍콩에서는 파인다이닝부터 정통 광둥 요리 등 수준급의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진정한 로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템플 야시장이 제격이다. 다이파이동이라는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와 비슷한 점포가 즐비한 곳. 레트로 감성도 물씬 풍긴다.

란콰이퐁
홍콩은 나이트 라이프의 성지이기도 하다. ‘아시아 베스트 바’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수준급의 바,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 더 매력적인 스피크이지 바 등이 많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흥겨움이 묻어나는 거리라서 좋아한다.

할리우드 로드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홍콩의 진정한 매력인데,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거리다. 배우 양조위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카우키, 현지인이 사랑하는 토마토국수 등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로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